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가 빼빼로데이(11월11일) 준비에 한창이다.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빼빼로데이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아이들의 순수한 나눔으로 시작됐으나 제과업체들이 끼어들면서 상술만 판치고 있다는 것이다. 본래의 취지 역시 퇴색되고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도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다만 제과업체들의 상술 자체는 밉지만 내용은 그닥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안양에 사는 이인재(30ㆍ남)씨는 "제과업체들이 빼빼로데이를 기념해 한정판으로 기획한 제품의 가격을 보면 기존 제품보다 개당 많게는 10∼50원 이상 비싸다"며 "여기에 각 유통업체마다 고안한 파생상품(쿠션, 인형 등)을 결합하면 수만원 깨지는 것은 금방"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가격은 비싼데 제값만큼의 맛을 내는 것도 없고, 불량품도 많다"며 "작은 것 하나로 마음을 나눈다는 초기 취지랑 너무 멀어져서 거대한 상술만 판을 치는게 씁쓸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직장인 송기영(30ㆍ여)씨는 "어린아이들의 동심이 상술로 얼룩지고 있다"고 속상한 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친구 혹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빼빼로로 고백한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학교 내에서는 또 다른 방식으로 갈라놓기를 할 수 있다. 흔한 빼빼로데이에 값싼 과자 하나 받지 못한 아이들은 얼마나 상실감이 크겠는가. 학교 앞에서 값싼 빼빼로를 팔기는 하지만 이 또한 하루를 위한 불량식품도 끼어있어 문제가 많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김경호(31ㆍ남)씨도 "사실 빼빼로데이에는 빼빼로만 주는 게 아니다. 연애할 때 마지못해 빼빼로를 사서 주기는 했지만 형식상 하나만 사서 주고, 다른 선물들을 여자친구에게 줘야만 했다"며 "한 마디로 상술의 일환이다. 다른 기념일도 아니고 특정 제품을 사서 그걸 기념한다고 하는 게 탐탁치는 않다. 특별한 의미가 없는 날이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마포구에 사는 신성모(30ㆍ남)씨는 "뭘 위한 날인지 모르겠지만 남들이 사니까 나도 사게 되는 군중심리가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며 "무슨 데이를 안 챙기면 나만 이상한 사람 되는 것 같고 어느새 서운한 남자친구가 돼 버린다. 전에 없던 이런 날들이 왜 생겨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반면 거대한 상술이 판치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 연인, 친구, 부모 등과 이날을 기념해 빼빼로를 선물하며 정을 쌓는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됐다.회사원 최진경(29ㆍ여)씨는 "유치하다고 생각되면서도 직장생활에 찌들다 보니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는 하루가 되지 않을까 싶다. 생각하지도 못한 빼빼로 선물에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며 "직장인들은 인간관계가 중요하다 보니 평소 돈 들여서 일일이 선물 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이때를 이용해 작게나마 빼빼로로 마음을 전달하는 기회도 될 수 있다"고 피력했다.한편 한 포털사이트가 대학생 500명을 대상으로 '빼빼로데이'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학생 10명 중 4명(39.8%)은 '제과업체가 만들어낸 상술'이라고 답했다. 이어 '이성친구가 없는 사람에게 공허감을 주는 날'이란 답도 14.4%를 차지해 절반 이상의 대학생들이 빼빼로데이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광호 기자 kwa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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