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중간 금융지주회사 제도 도입이 대기업집단(재벌) 개혁 방안의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간 금융지주제란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 자회사 지배를 허용하되 금융 자회사의 수와 규모가 일정 기준을 넘으면 반드시 중간 금융지주회사를 설치해 금융 자회사들을 그 아래 두게 하는 제도다. 단순하게는 총괄 지주회사 아래 중간 지배조직으로 금융 지주회사와 비금융 지주회사를 두게 해 금산분리를 강화하는 것이다. 주요 대선후보 중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이 제도 도입보다는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지분 비율 상한선 인하 등 직접적인 금산분리 강화 방안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다소 다르게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진영과 안철수 무소속 후보 진영에서는 중간 금융지주회사 도입 방안을 본격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박근혜 후보 진영에서는 최근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이 제도 도입을 제안하고 나섰고, 안철수 후보 진영에서는 장하성 국민정책본부장이 이 제도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런 가운데 어제 공정거래위원회의 신영선 경쟁정책국장도 대기업집단의 지주회사 전환을 촉진하는 차원에서 이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정치권 일각과 정부 관계당국자가 중간 금융지주제 도입에 찬성하는 이유 중 하나로 그 절충적 성격을 꼽을 수 있다. 이 제도는 기존 대기업집단 지배구조의 골간을 인정해주면서 그 안에서 금산분리를 실질적으로 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소유와 경영은 인정되는 셈이다. 한 집 안에 두 가족이 사는 것과 같은 이런 복층식 지주회사 구조는 재계에서도 수용할 여지가 있다. 실제로 이 제도 도입에 극력 반대하는 재벌은 극소수에 불과하며, 일부 대기업집단은 오히려 스스로 이 제도를 이용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적인 문제는 중간 금융지주회사 설치 의무화의 최소조건이다. 금융 자회사의 수가 몇 개 이상, 그 자산 규모가 얼마 이상인 지주회사에 대해 중간 금융지주회사 설치를 의무화해야 하는가. 이 제도 도입에 찬성하는 대선후보들과 공정위는 바로 이 최소조건에 대한 의견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의미 있는 사회적 논의가 가능해진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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