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이달 말부터 소득에서 빚원리금 상환액을 뺀 가처분소득이 월 50만원 미만인 사람은 신용카드를 새로 만들거나 갱신할 수 없게 된다. 금융위원회가 '신용카드 발급 및 이용한도 모범규준'을 만들어 신용카드 회사들로 하여금 내규에 반영하도록 지시했기 때문이다. 여러 장의 신용카드로 카드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의 저신용자, 카드대출 연체가 있는 경우에도 카드 발급이 제한된다. 이는 카드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가계부채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신용카드 업계가 자율적으로 카드 남발을 억제하고 개인 신용도를 기준으로 카드 발행을 통제할 의지와 능력을 충분히 보여주지 않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정책개입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신용카드가 대중적인 지급결제 및 소액대출 수단이 된 현실에 비추어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저신용ㆍ저소득자들이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결제상의 불편도 겪겠지만, 더 큰 문제는 그들이 고리사채 채무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규제에 흔히 수반되곤 하는 풍선효과가 사채시장 쪽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가처분소득 월 50만원 기준이 적절한지도 확실치 않다. 고소득자에게는 푼돈이겠으나 하루하루 줄타기하며 살아가는 한계 저소득층에게는 큰돈일 수 있다. 금융위는 총 2600만명에 이르는 국내 신용카드 이용자 가운데 1.2%인 30만명 정도가 이번 조치로 신용카드 발급이나 갱신이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소극적인 추정치이며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의견도 금융업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신용카드 다중채무자만 90만명을 넘기 때문이다. 어쨌든 적지 않은 인구다. 풍선효과로 가계부채 문제가 오히려 덧날 가능성과 저신용ㆍ저소득자가 받을 타격을 고려하면 신중한 보완책이 필요해 보인다. 가처분소득 기준을 처음에는 50만원보다 낮게 설정한 뒤 단계적으로 50만원까지 높여가는 방안도 검토해봄직하다. 신용카드 발급 규제로 돌려막기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 저신용ㆍ저소득자들을 그대로 방치해서도 안 된다. 이런 이들에 대해서는 금융당국과 관련 금융기관들이 채무조정 지원을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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