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19회 SBS 월-화 밤 9시 55분덕흥군(박윤재)의 왕위 찬탈이 실패로 돌아간 이후 새롭게 등장한 적은 더 강했다. 원나라에서 온 사신 손유(박상원)는 공민왕(류덕환)에게 황제의 옥새를 능멸한 죄로 “무능한 왕을 폐위하고 나라는 폐국”하겠다는 교지를 전달한다. 그 절체절명의 기로에서 공민왕은 “세상에는 이길 수는 없어도 싸워야 하는 것이 있는 법”이라며 자주국의 운명을 건 싸움을 각오한다. 그리고 원 사신이 요구하는 은수(김희선)를 구하기 위해, 그동안 한결같이 의지해 오던 최영(이민호)에게 그녀를 피신시키라는 명을 내리고, 홀로 그 싸움을 감당하고자 애쓴다. 초반의 유약하고 불안하던 소년왕에서 어느 덧 의연한 임금이 된 공민왕의 성장기에 정점이 찍히는 순간이었다. 이러한 공민의 성장은 19회에 이르는 동안 계속 들쑥날쑥했던 <신의>의 서사에서 유일하게 꾸준히 진전되어 온 이야기였다. 문제는 정작 중심이 되어야 할 최영과 은수의 성장이 정체기에 빠졌다는 것이다. “함께 싸우는 파트너”가 되자던 둘의 언약은, 드라마가 ‘의선 쟁탈기’로 변해가는 동안 그녀를 최우선 순위로 지키려는 최영과 보호 받아야 하는 은수의 단순한 관계 안에서 빛이 바랬다. 그로 인해 멜로도 단순해지면서 두 사람의 캐릭터 역시 힘을 잃었다. 최영은 국가에 가장 큰 위기가 닥쳐온 순간에 궁에서 점점 멀어지며 은수의 경호 역할에 머물렀고, 은수는 ‘의선’은 고사하고 자기 몸 하나 건사하지 못하며 몇 번이나 독에 중독되는 답답한 캐릭터가 되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야기가 정체된 순간 타임워프라는 소재가 극에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미래의 은수가 남긴 “그날의 모든 순간들을 기억”하라는 편지의 발견은 멜로의 정조에 애절함을 더하며 다음 이야기를 주목하게 만들었다. 19회 내내 도피만 했듯 제자리를 맴돌던 두 사람의 서사는 이제 다시금 새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을까. 지금 <신의>가 무엇보다 “기억해”야 할 것은, 공민왕의 성장처럼 캐릭터의 꾸준한 성장만이, 이 미궁을 헤매는 이야기에 구심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김선영(TV평론가) <ⓒ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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