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동안 1만3000명이 후원해 총 4억8400만원 모금..제작두레 방식으로 진행한 첫 장편상업영화
영화 26년 중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진실을 알릴 수 있는 작품들이 많이 제작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아이디 '자재화'), "전 국민의 관람을 바라며...독재의 망령에서 깨어납시다."(아이디 '재그랑루기랑'), "펀딩에 참여했다가 취소돼 무척 안타까웠는데 조금 전 영화가 완성됐다는 기사에 무조건 참여합니다."(아이디 '치우')갖은 우여곡절 끝에 영화 '26년'이 무사히 촬영을 마치고 11월29일로 개봉 날짜를 잡았다.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영화 25년 제작두레' 게시판에는 축하글이 쏟아졌다. 영화 개봉 확정 소식만으로도 많은 이들이 감격해하는 영화는 '26년'이 아마 처음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26년'은 정치적 민감성으로 인해 '영화로 만들 수나 있을지' 많은 이들이 의심해온 문제적 작품이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제작을 시도했던 2008년 이후 계획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엎어진 것만 서너 차례다.다시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예비 관객'들의 힘이 크다. 지난 6월부터 인터넷을 통해 십시일반 일반인들의 후원을 받아 모금한 제작비만 현재까지 총 4억8400만원이다. 참여인원은 1만3000명이 넘었다. 당초 계획했던 10억원의 절반 수준이지만 개봉 확정 소식에 오히려 최근 들어 동참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후원방식은 2만원권, 5만원권, 29만원권 등 총 3가지다. 2만원권 후원자에게는 시사회권 2매와 특별포스터를 제공하고, 5만원권 후원자에게는 여기다 엔딩크레딧에 이름이 올리는 특별기회까지 더해진다. 전 재산이 29만원이라고 말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29만원권의 혜택은 5만원권과 같다. 참여는 이달 20일까지 진행된다. 영화사 청어람 관계자는 "기관 투자자들이 없는 대신 개인투자자들도 꽤 된다. 이런 투자자들은 영화의 원작을 보고 어느 정도 흥행을 통한 수익을 기대하는 분들이다. 4600만원을 투자한 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영화의 총 제작비는 46억원, 마케팅비 20억원을 합치면 총 66억원이 들었다. 200만명 이상의 관객이 들어야 손익분기점을 넘게 된다.
영화 26년 중
영화 '26년'은 강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2006년 한 포털사이트에서 연재될 당시에도 1일 조회수 200만을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으로 강풀은 최근 인터뷰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26년'을 꼽기도 했다. 원작의 팬들은 작품을 스크린에서도 만나기를 바랐고, 극장에서 만나기까지 4년여를 기다렸다.작품의 내용은 우리 역사의 가장 아픈 부분을 건드린다.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과 연관된 조직폭력배, 국가대표 사격선수, 현직 경찰, 대기업 총수, 사설 경호업체 실장이 그날로부터 정확하게 26년 후, 학살의 주범인 '그 사람'을 단죄하기 위해 나선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그 사람'은 당연히 전두환 전 대통령을 말한다.올 초부터 제작에 들어가 '후궁:제왕의 첩', '마이웨이' 등의 영화에서 미술감독을 맡았던 조근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진구·한혜진·임슬옹·배수빈·이경영·장광 등의 배우들이 출연했다. 지난 7월 첫 촬영을 시작해 이달 10일 마지막 촬영을 마쳤다. 촬영이 끝나고 배우 한혜진은 "이 작품에서 '미진'으로 살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고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11월29일 개봉을 목표로 현재 후반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영화 홍보를 맡고 있는 올댓시네마 관계자는 "'26년'은 일반인들의 십시일반 후원을 받아 제작비를 지원한 첫 장편상업영화"라며 "최근 오히려 후원자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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