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는 ‘자유게시판’이라는 코너가 있습니다. 홈페이지 이용자들의 자유로운 의견개진을 위해 마련된 공간입니다. 실명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고 비방, 욕설, 상업적인 내용은 등록이 안되기 때문에 포털 사이트에 비해 이용률은 그렇게 높지는 않습니다.그런데 그런 자유게시판에도 많은 글들이 올라오는 시기가 있습니다. 금감원에서 규제 관련 정책을 발표할 때입니다. 테마주, 저축은행 사태, 보험사기, 카드 등 각 부문별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사태가 벌어졌을 때 피해를 입었거나 입을 것으로 보이는 서민들이 억울함으로 호소하려고 자유게시판에 흔적을 남긴다는 것이죠. 제도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거나 일방적인 주장이 많지만, 그래도 여론의 분위기가 어떤지를 확인하고자 할 때 기자는 이곳에 올라온 글을 검색해 보곤 합니다.최근 이 곳을 들어가 봤습니다. 10월 1~10일까지 게시판에 올라온 글의 수는 48개였고, 이중 대다수가 테마주와 관련해 개미 투자자들이 금감원을 겨냥한 비난의 글들이었습니다. 단기과열종목 지정에 대한 불만을 토해낸 것인데요. 개미투자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내놓은 정책이었는데, 오히려 개미투자자들,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린 사람들은 이를 결사반대하는 모습입니다.A씨는 “이번 조치로 피해자는 순전히 개미들이다. 급등하는 위험한 주식에 붙지 말라고 이런 조치를 내렸다지만 오히려 개미들은 더 붙을 것”이라며 “일반 투자자들을 위한다면 그냥 시장원리대로 놔둬라. 아니면 과열종목지정 조건을 더욱 위로 올려주던지. 40일선 50% 상승 정도”라며 정책 철회를 요청했습니다.B씨는 ‘조만간 여기가 개미투자자의 성지가 될 거 같은데요’라는 제목으로 “최고의 스펙 군단 금감원께서 10월 5일날 개미들을 죽이고 코스닥 말살을 위해 엄청난 정책을 만들어냈으니, 이는 단군 이래 금감원의 최고 성과라고 할 수 있을까나”라고 비꼬았고, C씨는 “열 사람의 범인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한 사람의 무고한 피해자를 낳아서는 안된다는 말이 있다. 하물며 이번 건은 다수의 무고한 피해자를 낳을 우려가 크다”며 “주가 상승을 억제해 선량한 기존주주의 주주권을 침해하고 나아가 코스닥시장의 위축을 불러 선량한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을 어렵게 하는 폐해를 만들어낼 것”이라며 비판하기도 했습니다.대표적인 사례가 이렇습니다. 이들 주장의 요지는 개미 투자자를 위한 정책의 최대 피해자가 개미 투자자가 될 것이라는 겁니다. 일부 작전세력을 잡기 위해 수많은 개미 투자자들을 볼모로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감이 반영된 것입니다. 그들이 왜 귀찮음을 무릅쓰고 금감원 자유게시판에 불만의 글을 올리는 지에 대해 금융감독당국 담당 직원들도 그들의 마음을 파악하고 정책 입안에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들의 의견이 대다수를 반영하는지, 소수 의견인지의 여부를 떠나 불신감이 크다는 것은 정부가 일을 추진할 때 강한 저항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채명석 기자 oricm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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