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IRTH OLDBOY]올드 브랜드 강점과 뉴트렌드 접목

신세계 인터내셔널│‘톰보이’ 부활의 비결

조병오 톰보이 패션1사업부 이사가 여성 얼굴 가면이 그려진 새로운 톰보이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코노믹리뷰 박지현]

올해로 36주년을 맞는 톰보이는 80~90년대 전성기를 맞이했으나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리먼사태 등의 여파로 급격히 어려워졌다. 이후 회사 내부 문제로 법정관리단계까지 갔으나 오랜 브랜드 역사와 헤리티지를 높이 평가 받으며 신세계인터내셔널에 인수됐다. 지난해 2월 새로운 디자인 콘셉트로 재론칭했다.톰보이는 1977년 설립된 국내 패션 브랜드로 20대부터 50~60대까지 폭넓은 연령대의 소비자들로부터 사랑 받아온 역사를 갖고 있다. 편안하면서도 세련된 도시여성의 패션브랜드로 인기를 끌었던 톰보이는 80~90년대 최고의 번성기를 누렸다. 1998년 IMF의 영향을 받아 잠시 휘청거리기도 했으나 이후에도 꾸준히 중견 패션업체로서 자리매김해왔다. 그러나 2008년 리먼사태로 인해 톰보이는 한 번 더 위기를 맞았다. 당시 주로 해외소싱을 하다보니 환율 문제가 터지면서 자금난을 맞게 된 것이다. 결국 2009년 회사는 다른 회사로 넘어가게 된다. 가까스로 브랜드와 회사의 명맥을 유지하며 재기의 기회를 기다리던 사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내에 횡령사건이 터졌다. 액수도 100억 원대로 만만치 않았다. 치명적이었다. 결국 2010년 7월 톰보이는 부도처리 됐다. 2011년 8월 26일까지 약 1년간 법정관리를 받았다. 톰보이라는 이름이 수면위로 다시 떠오른 건 지난해 10월 신세계 인터내셔날이 인수를 결정하면서 부터였다. 3개월 정도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 2월 재런칭하고 신세계 강남점을 중심으로 활발한 영업활동을 펼친 결과 눈앞에 펼쳐진 성과는 기대 이상있어다. 신세계 강남점의 경우 3월 한달 마감 결과 매출이 2억 원을 돌파했고 신세계 본점과 현대 미아점도 1억 원대 이상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었다. 재론칭 6개월을 맞이하고 있는 톰보이의 현재 위상은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백화점 재진입도 활발히 진행돼 지금은 전국 30여개 백화점 매장에서 톰보이 브랜드를 만날 수 있다. 대리점은 현재 지방 중소도시 5곳에서 운영되고 아울렛 등에서도 몇 개의 점포가 운영되고 있다. 톰보이는 현재 오래되고 낙후한 매장은 철수시키고 있으며 젊은 감각의 새로운 매장으로 재탄생한 매장을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불과 6개월 만에 눈에 띄게 성장하며 제2의 전성기를 바라보는 톰보이는 어떻게 그리 빨리 재도약 할 수 있었을까. 톰보이 회생의 코드를 조병오 톰보이 패션1사업부 이사의 이야기를 통해 정리해본다. Code1 철저한 브랜드 관리와 오랜 역사가 경쟁력의 원천“신세계인터내셔날이 톰보이 인수를 결정하게 된 데는 무엇보다 톰보이의 역사와 그로인한 브랜드 헤리티지를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톰보이란 브랜드가 사장되지 않고 재론칭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을 묻자 조 이사는 브랜드의 역사와 헤리티지를 가장 우선적으로 경쟁력으로 꼽았다. 외국 패션업계에선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브랜드들이 많다. 대게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이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은데 패션업계에선 특히 브랜드의 역사와 헤리티지가 브랜드의 성장과 성공을 좌우하는 중요한 척도로 여기는 풍토가 있다. “요즘처럼 나날이 새로운 브랜드가 생겨나고 사라지는 상황 속에서 인지도나 오랜 역사를 지닌 브랜드는 조금 더 유리합니다. 인지도도 있고 그간의 업계에서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가 있으니 자금력만 뒷받침 된다면 향후 훨씬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그렇다면 하고 많은 브랜드들 중에 왜 하필이면 톰보이였을까. 재론칭을 하는데 있어 걸림돌이 없었을까. 부도 기업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는 어떻게 불식시킬 수 있었던 걸까. 여기서 톰보이의 저력이 나온다. 당연히 톰보이는 처음 재론칭 과정부터 이미지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됐다고 한다. 최근 업계가 어려워지면서 많은 패션브랜드들이 부도를 맞거나 부도직전까지 가는데 문제는 부도 이후다. 대부분 부도를 맞이한 업체들은 내부 혼란 때문에 브랜들 관리에 소홀해지기 쉽다. 그러나 톰보이는 어려운 상황에서 오히려 브랜드 관리에 있어 더욱 철저했다. 조 이사는 “보통 상황이 어려워진 회사가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 재고 물품을 땡처리 하면서 브랜드 위상이 걷잡을 수 없이 땅으로 떨어지게 된다”며 “톰보이는 오히려 철저하게 '땡처리' 상황을 만들지 않으며 브랜드를 지켰다”고 말했다.이 기간 톰보이는 구조조정을 통해 조직을 슬림화 했고 임직원들은 내부 토론과 다양한 교육을 통해 도덕성을 재무장했다. 심지어 법정관리기간 서류 한 장이라도 꼼꼼하게 챙겨 더욱 철저히 법을 지키려 노력했다. 그 결과 톰보이란 브랜드는 훼손되지 않았고 다시 재도약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조 이사는 “부도 기업이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선진 회사 조직 내부의 엄격한 자기 억제력이 요구된다”며 “브랜드 관리를 잘하면 살지만 그렇지 못하면 브랜드는 영원히 사라질 수 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Code2 노후한 콘셉트는 버리고 디자인부터 완벽하게 변신한 번 죽었던 생명을 다시 살려내기 어렵듯이 브랜드 역시 마찬가지다. 한번 사라졌던 브랜드가 다시 살아나는 것은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는 일보다 훨씬 복잡하고 제약도 많다. 특히 오래된 브랜드의 경우엔 좋은 점도 있지만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 바로 올드한 이미지가 족쇄가 되는 것이다. 톰보이 역시 마찬가지다. 오래되고 낙후한 이미지는 브랜드 재 론칭에 있어 부정적인 요인 중 하나였다. 어떻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하루빨리 불식시키느냐가 관건이었다. 톰보이는 답을 디자인에서 찾았다. 제품의 디자인을 젊고 트렌드에 민감하게 가져가는 것이 브랜드도 젊게 만드는 방법이었다. 그래서 인수 직후 제일 먼저 착수한 작업도 디자인실을 보강하고 강화하는 일이었다. 브랜드는 전통을 살리되 디자인은 변화하는 흐름에 맡기기로 한 것이다. “요즘은 디자인 싸움이기 때문에 그런 변화를 주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 다음은 마케팅입니다. 스타일에 대한 변화를 많이 줬고 마케팅 대상을 젊은 층에 집중한 것이 효과적이었습니다.”달라진 톰보이를 상징하는 물건이 있다. 바로 아름다운 여성의 얼굴이 그려진 가면이다. 이 가면은 시크하고 도시적인 여성상을 상징한다. 톰보이의 디자인이 지향하는 방향성도 그와 같다. 새로운 톰보이의 콘셉트는 ‘컨템포러리 언컨벤셔널 캐주얼(contemporary unconventional casual)’이다. 유행에 민감하지만 맹목적으로 트렌드를 쫓지 않으며 클래식의 중요함도 잃지 않는 감성을 소유한 젊은 여성이 주 타깃층이다. 톰보이는 그런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소통의 이미지를 가진 영화배우 겸 패셔니스타인 클로에 세비니와 미국의 틴에이지 패션블로거로 유명한 줄리아 프레익스를 모델로 기용한 것도 그런 콘셉트에 부합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였다. Code3 타 브랜드보다 평균 20% 저렴한 똑똑한 가격정책 새로운 톰보이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가격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 소통마케팅을 구사하고 있다. 일명 ‘크린 스마트 프라이스’로 불리는 가격정책을 통해 옷값을 다른 영캐주얼 브랜드의 평균 가격보다 20% 정도 낮게 책정하고 있다. 이 정책은 제품의 가격을 책정 단계부터 공정하고 투명하게 해 고객과 생산자 모두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캠페인으로 지난 봄시즌부터 적용한 결과 젊은 고객층들에게 매우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조 이사는 “크린 스마트 프라이스 정책을 실시하게 된 건 부도가 나면서 중간에 재고가 많이 쌓이지 않은 상황에서 재런칭을 하는데 다른 브랜드처럼 이벤트나 행사를 통해 알려나가기가 어려웠는데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창구가 가격적인 부분이었기 때문”이라며 “외형 키우기보다 내실을 기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조 이사는 “톰보이는 앞으로 회사 내 다양한 브랜드 라인을 확대시켜 유니클로나 자라와 같은 SPA브랜드에 맞설 수 있는 메가브랜드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며 “향후 4~5년 내 5000억 원대의 매출을 달성하면 시도할 예정”이라고 포부를 내비쳤다.이코노믹 리뷰 김은경 기자 kekisa@<ⓒ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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