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2기가 함께 멈춘 지 3일째다. 그제 오전 8시께 신고리 1호기의 가동이 중단됐고 2시간 뒤에는 영광 5호기가 발전을 멈췄다. 원전 고장이나 사고는 올 들어 벌써 12번째다. 지난해 전국 23기 원전에서 일어난 것과 같은 횟수다. 더욱이 발전용량 100만㎾급의 원전 2기가 같은 날 멈춰선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전력 성수기인 여름에 일어났더라면 블랙아웃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었을 상황이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두 원전의 고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영광 5호기는 2001년 12월 시운전 때 2번, 상업운전 이후 15번 등 17번이나 고장 또는 사고가 발생했다. 신고리 1호기도 2010년 7월 시운전 이후 지금까지 8번이나 고장났다. 신고리 1호기의 경우 제어계통 고장으로 밝혀졌지만 영광 5호기는 아직 정확한 고장 원인조차 찾아내지 못했다고 한다.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국수력원자력의 태도는 한가해 보인다. 두 곳의 사고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고나 고장 0등급'에 해당하는 경미한 수준으로 안전성에 영향이 없고 방사능 외부 누출과도 상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반복되는 고장에, 고장 원인도 제대로 모르면서 어떻게 안전성에 영향이 없는 경미한 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지 납득할 수 없다. 더욱이 "수백만개나 되는 부품 고장을 100% 예방하기는 불가능하며 고장이 날 때마다 시스템을 개선하면 원전이 안정화된다"는 대목에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마치 시스템 개선을 위해 원전이 고장나기를 기다린다는 말처럼 들린다. 한수원은 신고리 1호기의 경우 이르면 주말쯤 재가동할 방침이라고 한다. 비슷한 제어계통 고장이 최근 석 달간 세 차례나 일어났다는 점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서두를 일이 아니다. 신고리 1호기는 물론 영광 5호기 모두 잦은 고장 원인을 찾아내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기 전에는 재가동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전력난을 이유로 재가동과 원전 추가 건설의 필요성만을 주장할 게 아니라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의 불안심리를 해소하는 게 최우선이다. 차제에 사고 은폐, 부품 납품 비리, 필로폰 복용 등 직원들의 비리와 기강 해이 등 안전불감증이 사고의 한 요인은 아닌지 철저하게 짚어보길 바란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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