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단상]소통의 향기

이상홍 KT파워텔 사장

최근 사회 전반에서 어느 때보다 '소통'이 중요한 기업 경영의 키워드로 자주 등장한다. 이는 역으로 화합과 소통이 결핍된 현실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기업경영에서 소통은 리더와 구성원의 생각을 교환하는 핵심 경로이기 때문이다. 영산(靈山)에서 범왕(梵王)이 석가에게 설법을 청하며 연꽃을 바치자 석가가 연꽃을 들어 대중에게 보였다. 사람들은 그것이 무슨 뜻인지 깨닫지 못했으나 가섭(迦葉)만이 그 뜻을 알고 미소 지었다. 이 고사에서 나온 성어가 '염화미소(拈華微笑)'다. 염화미소는 이심전심 즉 '마음으로 통한다'는 의미다. 말하지 않고 마음의 눈으로 통하는 것은 모든 최고경영자(CEO)가 꿈꾸는 소통의 최고 경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소통이란 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수준으로 도가 통한 도인들에게나 가능한 이야기다.  결국 이런 초능력이 없는 보통의 CEO는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리고 직원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알려면 구체적인 수단이 필요하다. 소통형 리더로 유명한 토니 셰이 자포스 CEO는 아마존에 자포스를 매각하기로 합의했을 때 이 소식을 이메일로 직원들에게 가장 먼저 알렸다고 한다. 그가 직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건강한 소통문화를 어떻게 정착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이메일은 직원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수단의 적극적이고 실천적인 활용이다. 소통 수단을 통해 내 마음을 한 번이 아니고 지속적으로 열어 보여줘야 상대도 나에게 서서히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이메일을 통해 업무 지시를 내리고 수행된 결과에 대한 CEO의 평가나 의견을 즉시 보내는 것은 업무의 효율성ㆍ신속성 확보에는 큰 장점이 있으나 이걸 충분한 소통으로 보긴 어렵지 않을까? CEO 머리에 든 생각뿐 아니라 가슴 밑바닥에 깔려 있는 의지나 의미까지 주고받을 수 있어야 진정한 소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CEO 취임 후 처음 만난 250여명의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식물, 꽃, 야생화'란 카드를 이용해 이런 부족한 부분을 채웠고 또 상당한 성과를 보았다. 계절별로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꽃이 피고 진다. 출퇴근길, 저녁 산책길,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길 등 어디서나 쉽게 접하는 것이 꽃이다. 꽃은 직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가장 친숙한 매개가 될 수 있다. 매주 월요일 오전이면 직원들에게 '꽃 편지'를 보낸다. 계절마다 들판에 또는 골목에, 길가에 핀 각양각색의 꽃 이야기를 들려주고, 이 꽃들의 사연에다 업무도 슬쩍 끼워 넣고,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담는다. 꽃들은 환경에 따라, 또 계절에 따라 꽃의 크기나 색상, 모양이 참 다양하고 각양각색의 잎, 줄기, 뿌리, 열매로 이루어진다. 그만큼 꽃들에는 이야기할 사연도 많고 들려줄 교훈도 많다. 또 모든 꽃은 자기 고유의 향기를 가진다. 그때에 맞춘, 또 이야기할 사연에 맞춘 꽃 향기를 담은 이메일에 대해 반응은 나쁘지 않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해했던 직원들도 이젠 익숙해져서 꽃 이야기로 화답을 하며 자기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주 볼 수 없는 지역본부 직원들과도 꽃 이야기를 통해 가볍게 안부도 묻고 근황을 이야기하다 보면 주요 경영사안에 대한 현장 이야기도 끼워서 보내준다. 내가 보낸 꽃향기에 어린 시절 시골 추억도 보내주고, 돌아가신 부모님 이야기도 들려주며 내가 보낸 메시지에 공감을 보내온다. 소통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소통은 기업과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소통을 위한 작은 실천 하나가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더 나은 소통을 위해서는 수단을 찾고 공동의 관심사를 매개로 삼은 작은 노력이 필요하다. 조직 간 장벽을 허물고 소통으로 창의성을 키우는 기업, 소통의 향기가 진한 기업. 이것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건강한 기업의 모습이 아닐까? 이상홍 KT파워텔 사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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