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 아가씨, 탐스러운 길다란 생머리가/온통 출렁거리고 있었는데 이런 식의,/출렁거림의, 역동성의 아름다움이란 생전/처음이었는데, 정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조물주가 저 아가씨의 몸을 만들 때는/이런 우수리의 아름다움 같은 건 계산에/넣지 않았을 것이다./세상에는 때로 본체보다/본체에서 비롯하는 파생작품이 더 아름다울/때가 있다.■ 조선 성종 때의 시인 학자인 김수온(1409-1481)은 놀랍게도 고려 때의 남녀상열지사의 대표격인 만전춘(滿殿春)을 한시로 번역했다. 당시 유학자들은 자신들이 비록 노골적인 상열(相悅, 섹스)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이것이 우주의 큰 뜻 속에 속한 것이고 천하의 질서의 일부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지 않았을까. 저 시인은, 조물주가 저런 우수리의 아름다움을 계산 못했을 것이라고 하지만, 조물주는 그것들을 일일이 세공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에게 생기와 감관을 부여하여 스스로 그 장을 확장해가도록 설계해놓지 않았는가. 영화 <은교>에서 늙은 시인이 발견한 어린 여인의 아름다움은 어떠했던가. 사랑은 때로 뜻밖의 그 우수리에 있는 것을. 아니 그것이 본체인지도 모른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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