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정치적ㆍ인적으로 쇄신이 한 번 더 필요하지 않겠나. 지금은 점잖게 내버려둔다고 될 상황이 아닌 것 같다." 측근들의 잇단 설화에 대선경선 캠프 좌장이었던 홍사덕 전 의원의 비리의혹까지 터진 것을 두고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측 핵심 관계자가 꺼낸 말이다. 당내에는 현 상황을 총체적 난국으로 규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홍 전 의원이 전격 탈당이라는 결자해지의 모습을 보였지만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박 후보의 발목을 잡는 요소가 산재해있어서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대권행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출마선언이 임박해 대선 3각구도가 가시화되면서 박 후보의 상황정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박 후보의 18일 강연이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 후보는 이날 오후 경기도 성남 가천대학교에서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이란 주제로 강연을 한다. 당내에는 '박 후보가 강연에서 최근의 현안과 관련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겠느냐'는 기대섞인 전망과 '입장표명이 있어야만 한다'는 절박한 요구가 공존한다. 박 후보가 적어도 그간 발목을 잡아온 인혁당 문제 등 역사관 논란에 관해서는 이번 강연에서 언급을 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박 후보가 추석 민심을 고려해 연휴 전에 강연 형식을 빌려 달라진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추측이 최근 꾸준히 흘러나왔다. 이런 가운데 '역사관 입장표명만으로 되겠느냐'는 지적이 들린다. 박 후보 측 관계자는 "역사관도 역사관이지만 홍사덕 전 의원 관련 의혹은 박 후보가 지양하는 구태적인 모습의 전형"이라며 "아직 사실관계가 결론 난 건 아니지만 그 자체로 타격"이라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홍 전 의원이 지난 4ㆍ11총선을 앞두고 기업 대표에게서 수 천 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해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홍 전 의원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정준길 전 공보위원의 '안철수 불출마 협박ㆍ종용 사태'를 시작으로 잇따라 불거진 설화도 위험수위에 다다른 듯하다. 박 후보 측에서 주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박 후보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재원 의원은 18일 MBC 라디오에 나와 "(주변 인사들이) 좀 가만히 계셔 주시는 것이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박 후보 스스로 입장을 발표하는 것 외에 그 분을 돕는 분들은 가능하면 자제하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은 전날 트위터에서 "역사를 쓰는 일에만 몰두해서 과거로 발목잡기를 하는 세작들이 있지만, 역사를 만들어온 사람들은 새역사를 만들기 위해서 오늘을 허비하지 않는다" 고 밝혀 논란을 불렀다. 세작(細作)의 또 다른 말은 간첩이다. 박 후보가 인혁당 발언으로 야권으로부터 역사인식에 대한 비판을 받자 박 후보를 공격하는 세력을 세작에 비유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병호 대선 공보단장은 지난 16일 "(인혁당 관련) 사과라는 것은 누구한테 하는 사과냐, 피해자가 누구냐"면서 "유신 자체를 판단 기준으로 한다면 그 당시 (피해)가족들과 지금까지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다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 역시 '박 후보가 일일이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어 논란이 됐다.이한구 원내대표는 역사관 논란을 두고 "다들 배가 부른가보지?" "(정치의 중심을) 국립묘지로 옮기려고 한다"고 말해 갈등을 일으켰다. 박 후보는 정준길 전 공보위원 파문에 대해 "친구끼리 나눈 대화를 침소봉대하는 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한 뒤 잇따른 논란에 대해 아직 언급을 하지 않았다. 김효진 기자 hjn2529@<ⓒ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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