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조례개정안 뜯어보니, 70% 지원해도 나머지 중앙정부 지원은 의문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추진위원회가 사용한 비용을 서울시가 결국 세금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대상은 조합설립인가 전 단계의 추진위가 주민동의를 거쳐 사업을 중단하는 지역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서울시 대책을 ‘반쪽자리’에 불과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사용비용 중 최대 70%만 지원하기로 한데다 중앙정부의 지원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용비용=지원가능’이라는 의지를 밝혀서다.17일 서울시는 추진위 사용비용 보조기준 등의 내용을 담은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승인이 취소된 추진위에서 대표를 선임해 6개월 이내에 해당구청에 보조금 신청을 할 경우 부구청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검증위원회가 사용비용을 검증, 결정된 비용 중 70% 이내에서 보조한다는게 핵심이다.
최근 성북구에 실태조사 신청을 한 장위10구역이 포함된 장위뉴타운 일대. /
이번 개정안대로 12월 공포되더라도 시장 혼란은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증위원회가 용역비, 회의비, 인건비, 운영비, 사업비 등의 사용비용을 꼼꼼히 확인하겠다고 밝혔지만 최대 지원폭은 70%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 경우 국세청에서 인정하는 영수증, 계약서 등과 해당 업체에서 국세청에 소득 신고한 자료가 반드시 필요해 지원폭은 이를 훨씬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검토했던 50% 지원안에서 70%까지 끌어올렸다는게 서울시의 설명이지만 실질적 효과는 없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현재 서울시가 가늠하고 있는 재개발 구역의 평균 사용비용이 5억5000만원, 재건축 구역의 사용비용이 2억원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서울시와 자치구가 지원할 수 있는 비중은 50%도 되지 않을 것이란 추산이다. 실제 추진위 단계에 있는 서울시내 정비사업지 260곳은 사용비용 절반 이상을 증빙하는게 쉽지 않은 업무추진비나 운영비로 사용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총회 등을 준비할 때나 동의서를 징구할 때 등은 영수증을 일일이 첨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에대해 서울시 관계자도 “추진위 업무내역과 실사용비용간 매치되지 않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추진위의 업무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다보니 내역을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렵다는 반증으로도 풀이된다.하지만 최대폭의 지원이 이뤄지더라도 나머지 30~50%의 대한 부담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남는다. 대다수의 추진위가 부담을 꺼리고 있고 중앙정부의 지원여부도 끌어내기 어려워 주민동의를 거쳐 재개발·재건축이 취소되더라도 미해결 사업장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정부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섣부르게 서울시가 보상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와 자치구가 먼저 세금을 풀어 중앙정부의 지원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라는게 일부 전문가들의 분석이지만 자칫 사용비용 지원 비율을 놓고 서울시와 자치구 그리고 추진위간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국토부 관계자는 “서울시가 추진위 사용비용 지원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 되레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며 “지방자치단체 지원비용 중 60%이상을 정부가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중앙정부의 지원은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개정안이 마련된 과정도 논란으로 꼽힌다. “그동안 찬·반 주민간담회, 공청회, 전문가 토론, 포털 토론방 등을 통해 수렴한 다양한 의견을 반영했다”는 것이 서울시의 입장이다. 그렇지만 수차례 공청회가 매몰비용 지원에 반대하는 주민들에 의해 번번이 파행으로 끝났고 전문가들 역시 구체적인 대안 제시 없이 원론적 수준의 의견만 주장하는 데 그쳤다. 의견을 수렴했다는 포털 토론방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서울시 및 자치구 그리고 주민 모두가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보다 “주민들의 요구에 의해 시작한 사업으로 해제 역시 요구에 따라 진행돼 매몰비용에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한 추진위 관계자는 “서울시가 주민간담회와 공청회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뒤 이번 개정안을 내놓았다고 하는데 그동안 찬성과 반대 주민들이 공평하게 모인 토론회는 제대로 개최된 적이 없다”며 “개정안 마련 과정에서의 주민 의견 수렴 과정을 좀더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주민들이 납득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으로 조례가 시행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잖은 셈이어서 서울시와 주민, 중앙정부 등과의 조율이 어떻게 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배경환 기자 khba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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