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의 방탄복 소송전은 '듀폰의 횡포'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방탄복을 생산하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이하 코오롱)가 영업비밀 침해를 둘러싼 다국적 기업과의 소송에서 패소했다. 코오롱은 첨단섬유 제품의 미국내 판매를 20년간 금지당했다. 30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몬드 소재 지방법원의 로버트 페인 판사는 듀폰이 코오롱을 상대로 제기한 첨단 섬유제품 판매금지 소송에서 듀폰의 손을 들어줬다. 코오롱이 생산하고 있는 제품은 아라미드 섬유 소재 방탄복이다. 이 섬유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미국 듀폰(케블라), 일본 데이진(트와론), 한국 코오롱(헤라크론) 3곳밖에 없다. 아라미드 섬유는 섭씨 500도에서도 연소되지 않는 내열성과 화학약품에 강한 내약품성을 지닌 섬유다. 또 불과 1㎟(직경 약 1.6mm) 크기로 자른 조각이 350kg의 무게를 들어 올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슈퍼섬유라고 불리며 군사용으로 많이 이용된다.듀폰사가 아라미드섬유를 개발한 것은 1973년이다. 당시 스테파니 크월렉라는 여직원이 처음 개발했다. 케블라라는 이름의 방탄복은 미국 경찰이 가장 먼저 사용했다. 코오롱의 아라미드 개발시점은 197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소속이었던 고 윤한식박사가 코오롱의 지원으로 아라미드섬유의 국산화를 추진하게됐다. 1985년 4월에는 미국 외에도 영국, 일본, 독일 등 7개나라에 특허도 신청했다. 다음해 코오롱은 국내 최초로 아라미드 필라멘트사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두 회사간 소송전은 그해부터 시작했다. 일본 데이진의 전신인 네델란드의 악조(AKzo)와 미국 듀폰이 코오롱을 상대로 특허소송을 한 것이다. 하지만 1991년 12월 유럽항소심재판소 최종판결에서 윤한식 박사의 연구가 독창적인 것임을 인정해 특허권행사를 계속할 수 있었다. 하지만 듀폰은 2009년 2월에 코오롱이 자사의 전직 직원을 채용해 아라미드 관련 기술을 빼돌렸다며 또다시 미국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3월에는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에 맞선 코오롱도 듀폰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코오롱의 미국 진출을 방해했다며 미국 법원에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2010년 8월에는 듀폰이 '헤라크론' 관련 영업비밀을 빼돌렸다며 서울중앙지검에 진정서를 제출했다.한국 검찰은 지난 3월 양측 가운데 어느 한쪽을 기소하지 않은 채 참고인 중지(소재 불명 등으로 참고인을 조사할 수 없어 수사를 종결할 수 없을 때 내리는 결정), 내사종결 등으로 처리했다. 원료공급 횡포도 이어졌다. 듀폰사는 아라미드 펄프원료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코오롱에 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 코오롱은 2005년 '헤라크론'이라는 이름의 아라미드 섬유 상용화를 실현하고도 방탄복 등 시장진입도 늦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방탄복 등 세계 아라미드시장의 80%를 듀폰사가 지배하고 있다. 듀폰사의 소송은 새로운 시장 진입자를 견제하기 위한 선발기업의 횡포라는 것이 업계관계자들의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심원단이 미국 동부 델라웨어에 본사를 둔 미국 최대의 화학기업이자 방위산업체인 듀폰측의 입장을 지지했을 경향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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