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칼럼] 런던 올림픽과 평양의 여름

양재찬 논설실장

7월27일 밤 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영국 런던 스트랫퍼드 스타디움. 지구촌 205개국 선수단이 다른 나라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북한 선수단도 연신 카메라를 눌러댔다. 이틀 전 입촌식에서도 이들은 사진을 찍고 동료와 함께 카메라를 들여다보며 확인했다.  북한 선수들이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가 휴대폰이다. 재일교포 3세로 북한 축구 국가대표로 뛴 정대세 선수가 지난 6월 TV에 나와 2010년 월드컵 때 만난 북한 선수들에 대해 말했다. "휴대폰을 가져가면 그 속 사진에 대해 궁금해 한다. 한 명이 빌려 가면 옆 뒤 선수들까지 다 본다." 북한에 휴대폰이 없어서인가. 아니다. 북한 주민들도 휴대폰을 쓴다. 아직 보급률이 낮아 선수들 대부분이 갖고 있지 않을 수 있다. 북한에서 볼 수 있는 것보다 일본에서 생활하는 정대세 선수의 휴대폰 디자인이 멋있고 기능도 좋아 보였으리라. 휴대폰은 북한에서도 빠른 속도로 보급되고 있다. 2008년 말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과 합작해 이동통신사 고려링크를 설립했다. 이듬해 9만명이던 가입자가 2010년 43만명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90만명을 넘더니만 올 2월 100만명을 돌파했다.  북한에서의 이동통신사업은 중국 국경지대를 통해 들여온 싸구려 제품으로 시작됐다. 그러다 2004년 용천역 열차 폭발사고 직후 휴대폰 금지령이 내려졌다. 중국 방문을 마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열차를 타고 지나간 몇 시간 뒤 폭탄이 터졌는데 여기에 휴대폰이 사용됐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4년 만에 휴대폰 금지령을 해제했다. 통신시장 개방 없이 정보기술(IT) 개발이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이집트 오라스콤이 지분을 투자해 3세대 서비스를 개시했다. 공식 루트 외에 중국을 통한 휴대폰 보급도 크게 늘고 있다. 중국이나 외부 세계와의 소통을 원하는 이들은 통행증을 끊어 중국 휴대폰 전파가 닿는 신의주ㆍ혜산ㆍ회령 등 접경도시로 가서 통화한다. 평양 등 내륙 지방에서도 휴대폰을 쓸 수야 있지만 외국과의 통화는 보안기관이 도청하기 때문이다.  평양 거주 20~50대 주민의 60%가 휴대폰을 사용한다(미국 노틸러스연구소 보고서). 상인과 2030대 젊은이들에게 인기다. 휴대폰 외에도 컴퓨터, 디지털 카메라, DVD 플레이어, MP3 등 전자기기 보급이 확산되고 있다. 이들 기기를 다룰 줄 아는 젊은이들이 컴퓨터를 이용한 자료검색과 정보교류에 익숙해졌다. 해외 정보에도 접근한다. 서울 드라마와 가요도 접근 대상이다. 휴대폰과 컴퓨터의 보급 확산은 사회를 바꾼다. 이른바 정보화다. 지역과 계층을 넘나드는 커뮤니케이션으로 정보가 빠르게 유통된다. 더 많은 사람이 다양한 정보를 공유한다. '은둔의 나라' 북한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지난 5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패를 곧바로 인정했다. 주민의 휴대폰 사용이 늘고 외국 미디어의 접근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비밀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지난해 봄 중동에서 민주화 요구가 한창일 때 북한은 중국 접경지역의 휴대폰 통화를 차단했다. 대학캠퍼스 내 감시인력을 늘렸다. 민심을 소란시키는 '악의의 비루스(바이러스)'가 퍼진다며 중국 내 인터넷 폐해 사례를 전파했다. 최근 한 달 사이 북한에선 여러 일이 있었다. 최고지도자의 배우자가 공개됐다. 둘이서 놀이공원 개관식에 참석하고 돌고래쇼를 관람했다. 주민과 학생 10만명이 동원된 아리랑 예술축전이 개막됐다. 평양에서 화려한 공연과 유원지 개관 행사가 열리는 그 시각 지방에선 물난리를 겪고 있다. 169명이 사망하고 400여명이 실종된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 내 휴대폰과 카메라ㆍ컴퓨터는 2012년 '평양의 여름'을 어떻게 기록하고 전파할까.  양재찬 논설실장 jaya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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