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즐거움!

[아시아경제 전슬기 기자]7월 4주 예스24 종합 부문 추천도서 3지나간 역사를 되돌아 보면서 ‘만일 그 때 이리했더라면’ 하는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물론 이미 지나간 과거는 다시 바꿀 수는 없지만 그 당시에 대해 여러 가지 경우로 해석하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또한 역사적 사료를 바탕으로 기록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다양한 상황을 연출해 볼 수도 있다. 근래 들어서 이런 역사적 사실이나 사료를 기반으로 써진 팩션소설들이 인기이다. 팩션(Faction)이란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을 합성한 말이다. 즉, 사실을 기반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인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다소 딱딱하고 지루할 수 있는 역사에 상상력을 기반으로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팩션소설의 매력일 것이다. 실제 사건과 비교해 가며 보는 즐거움도 있을 것이다. 다만, 주의할 점이라면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팩션소설을 접한다면 자칫 허구마저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다. 독특한 상상력으로 흥미를 유발하는 팩션소설 3권을 소개한다.
『뿌리 깊은 나무』『바람의 화원』으로 한국형 팩션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작가 이정명이 이번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전쟁과 문학을 이야기한다. 일본 후쿠오카 수용소의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미스터리한 구성 속에 잔인한 전쟁도 결코 죽이지 못한 아름다운 문장과 가슴 뭉클한 휴머니티를 특유의 감성적인 필체로 그려냈다.작가는 후쿠오카 형무소를 배경으로 순결한 청년 윤동주와 그의 시를 불태운 냉혹한 검열관 스기야마 도잔의 문장을 통한 대결을 그리는 동시에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군국주의자들의 비인간적이고도 잔혹한 행태를 고발한다. 20년 전 우연히 일본 도지샤대학 교정에서 윤동주 시인의 초라한 시비를 본 작가는 ‘청년 시인 윤동주의 생애 마지막 1년, 차가운 감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나?’ 라는 의문을 품고 오랜 세월 동안 자료조사와 수정작업을 거쳤다. 숨은그림찾기처럼 본문 곳곳에 감추어진 「서시」, 「별 헤는 밤」, 「자화상」, 「참회록」 등 주옥같은 윤동주의 시와 그가 사랑한 프랜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문장 속 비밀들이 사건을 푸는 단서가 된다.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 중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등도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모티브가 된다. 적에서 동지로, 잔혹한 전쟁 속에 책과 문장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유대, 책을 불태우는 검열관과 문장으로 그에게 맞서는 순결한 시인의 대결, 잔인한 생체실험으로 기억을 잃어 가면서도 시와 문장과 음악을 사랑했던 청년의 삶, 참혹한 형무소 안에서 벌어지는 아름다운 합창의 향연, 그리고 꼬리를 무는 살인의 미궁 속에 펼쳐지는 장대한 휴먼드라마가 감동과 재미를 선사한다.
《훈민정음 암살사건》의 작가 김재희. 그가 오랜 준비 끝에 내놓은 2012년 신작은 천재 시인 이상(본명 김해경)을 주인공으로 한 재기발랄한 탐정소설이자 현대적 풍미가 물씬 배어나오는 시대극이다. 1936년 이상과 구보가 구인회 동인지를 편집했던 창문사에서 찍은 것으로 알려진 사진 한 장에서 《경성 탐정 이상》은 시작되었다고 한다. 사진 속 이상은 불운한 시대 때문에 천재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요절한 비운의 천재 시인이 아닌 젊고 자신만만한 모던보이로, 김재희 작가는 이에 착안하여 그동안 박제된 천재로 알려진 시인 이상을 낭만과 퇴폐라는 이중적인 얼굴을 가진 경성을 배경으로 생생하게 되살려내었다. 《경성 탐정 이상》에는 이상 외에도 그의 조력자이자 소설가 구보(본명 박태원), 그들에게 수사를 의뢰하는 염상섭, 한국 최초 사립 박물관인 보화각을 설립한 간송 전형필, 기이한 행각으로 무수한 일화를 남긴 조선 후기 화가 최북, 세계적인 곤충학자로 유명한 나비박사 석주명 등 실제 인물들이 등장한다. 개성 넘치는 각각의 인물들은 작가의 상상에 의해 유기적으로 얽히며 또 하나의 커다란 사건을 중심으로 재구성된다.
임진왜란의 종결과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죽음에 얽힌 불가사의한 비밀을 파헤치는 팩션이다. 『제국의 역습』은 조선시대 최대 사건인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한반도와 일본의 역사를 통째로 바꾼 광해군의 극비 프로젝트를 소재로 하고 있다. 작가는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되어 있는 단 한 줄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역사 속 모서리에 감춰진 미스터리에 돋보기를 가져간다. 그리고 임진왜란의 종결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낸다. 1665년 오사카에서 발생한 의문의 살인사건. 유일한 단서는 결말 부분이 찢겨나간 수수께끼의 책 한권. 수사를 맡은 젊은 역관은 이 책이 막부에 의해 판금된 금서이며, 사건의 결정적인 단서임을 깨닫는다. 금서의 실마리를 추적하던 중 책 속에 숨겨진 엄청난 역사의 진실을 마주하는 데…….전슬기 기자 sgju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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