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스페인 지방 자치정부 연쇄 파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발렌시아가 중앙정부에 구제금융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힌데 이어 무르시아가 두 번째로 구제금융을 신청할 수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무르시아는 스페인 동남 해안에 위치한 도시로 인구는 약 140만명이다. 라몬 루이스 발카르셀 무르시아 자치정부 수반은 22일 구제금융 신청을 계획하고 있다며 9월에 자금 지원이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확실치는 않지만 2억~3억유로를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르시아 정부는 올해 2분기와 3분기에 4억3000만유로를 상환해야 하며 지난 20일 자금 조달을 위해 6개 주요 빌딩을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20일에는 발렌시아가 올해 채무 상환을 위한 자금이 부족하다며 중앙정부에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페인 경제 일간 엘 파이스는 발렌시아가 20억유로 이상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이 스페인 은행 구제금융 방안을 최종 승인했다. 스페인 은행 위기가 한 고비를 넘어설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마련되자마자 스페인 지방 정부 위기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날 스페인 IBEX35 지수는 지난주 5.82% 급락했고 스페인 국채 금리는 일제히 사상최고치로 상승했다. 스페인 중앙정부는 이달 초 지방정부 재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180억유로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지만 규모가 충분한가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17개 스페인 자치정부가 올해 상환해야 하는 부채 규모가 360억유로에 이르기 때문이다. 스페인 현지 미디어에 따르면 현재 6개 지역이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카탈루니아, 카스티야라만차, 발레아릭스, 카나리아 제도, 안달루시아 등이 구제금융을 요청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드리드와 함께 스페인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카탈루니아 정부측은 구제금융 신청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지만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방정부 재정 부실 문제가 본격화되면서 스페인 정부의 재정 부담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페인 정부는 20일 내년에도 경기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며 내년 국내총생산(GDP)이 0.5%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 0.2% 증가 예상을 뒤집은 것이다. 은행 위기에 이어 지방정부 부실 문제까지 불거지며 발등에 불이 떨어진 스페인 정부는 다시 한번 유럽중앙은행(ECB)의 시장 개입을 촉구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주제 마누엘 가르시아 마갈로 스페인 외무장관은 "누군가 유로에 투자해야 한다면 투자할 수 있는 곳은 ECB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ECB가 유로존 국채 매입을 재개해 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ECB는 유로 안정을 위해 지난 2010년 5월 유로존 국채 매입을 시작해 지금까지 2140억유로 규모의 유로존 정부 부채를 매입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 3년 만기 장기대출(LTRO)을 통해 금융시장에 1조유로 이상의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한 후 추가 국채 매입에 나서지 않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21일 프랑스 일간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스페인 정부의 요청을 완곡히 거부했다. 드라기 총재는 "ECB의 임무는 국가의 금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가격을 안정시키고 금융 시스템 안정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우선시할 것임을 밝혔다.박병희 기자 nu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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