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서울③]서울숲~남산길 걷기..신선이 따로 없네

'길목길목 볼거리는 있는데 스토리가 꿰어져 있지 않도다' 남산골 샌님, 혀를 차며 걸으시다...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서울 한복판에 올레길이 있다. 삭막한 서울에서 걷기에 좋은 길이 있다는 게 무척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이 길은 역사가 짧다. 이제 수많은 시민들이 자신의 발자욱을 찍는 거대한 퍼포먼스와 이야기를 모아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야할 길이다. 바로 도심 올레길 '서울숲∼남산길'이다. 한강변 서울숲에서 출발해 응봉산 매봉산을 거쳐 남산에 이르는 8.4km 의 트레킹코스다. 코스는 지난달 만들어졌다. 이에 성동구와 광진구, 동대문구, 강남구 등 인근 주민들은 강과 산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도심길을 걸을 수 있게 됐다. 개장 7년째인 35만평 규모의 서울숲에 남산에 이르는 길은 이제 서울의 명물이다. 앞으로 어떻게 가꾸고, 후손들에게 물려줄지는 시민들의 몫이다. 그 길을 직접 걸어봤다.

응봉산 정상에서 본 서울숲과 한강

<strong>◆한강의 시원한 바람 맞으며 서울숲 출발!</strong>= 서울숲은 한강과 맞닿아 있어 어느 공원보다 여유와 낭만이 가득한 휴식공원이다. 서울숲~남산길이 바로 서울숲에서 출발한다. 4일 오후 2시26분 기자는 일행 2명과 함께 처음 서울숲~남산길 걷기에 나섰다. 그동안 서울숲에서 남산까지 한 걸음에 도달할 수 있는 트래킹 코스가 개발됐다는 소식을 접하며 '시간이나 거리면에서 무리가 가지 않은 코스겠구나'하고 여겼던 만큼 시작부터 흥겨웠다. 설레는 출발이다. 용비교를 지나 응봉산에 이르니 다리 밑에 한가롭게 노니는 오리 몇 마리가 반겨준다. 잉어떼도 여유롭게 청계천 하류 물살을 가른다. 옆으로는 차량들이 쌩쌩 달려 약간 긴장 됐다. 내년말 용비교 확장 공사가 마무리되면 한결 여유있게 다리를 건널 수 있을 것 같다.

서울숲~남산길 코스 안내

<strong>◆응봉산 정상에 오르니 탁트인 한강이</strong>=응봉산 언저리의 데크 계단을 타고 오를 땐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응봉산은 서울에서 개나리산으로 유명하다. 봄철 강변도로를 지나다 노랗게 뒤덮힌 산이 아기자기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정상 높이가 94m, 작은 언덕여서 사실 산이라고 부르기가 좀 민망하다. 하지만 한강이 한 눈에 들어와 산에 오른 기분은 결코 작지 않다. 또 시원한 바람이 이마에 맺힌 땀을 식혀줘 상쾌함을 더한다. 이처럼 한강을 내려다 보는 전망은 서울숲~남산길 매력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동쪽으로는 고급 주상복합 갤러리아 포레가 손에 잡힐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응봉산은 매년 정초 해맞이 행사를 갖을 정도로 성동구 주민에겐 소중한 곳이다.또 멋진 서울 야경을 찍을 수 있는 몇 안되는 포토존이 있다. 진작부터 사진작가들 사이엔 인기 명소다. 배남철 성동구 공원팀장은 "정상에 있는 응봉산 팔각정은 현재 리모델링 중이며 9월에 완공돼 정자변 여섯 그루의 소나무와 함께 멋진 자태를 선보일 것"이라고 귀뜀했다. 정상 바로 아래 호텔 화장실로 착각될 정도로 깨끗한 화장실이 눈길을 끈다.

응봉산 정상

잠시 머문 뒤 아래쪽으로 내려 가니 응봉동 신동아 아파트와 독서당 공원으로 연결되는 생태통로가 나왔다. 독서당공원은 무허가 건물 60여 가구를 철거한 자리에 깔끔하게 만든 공원이다.<strong>◆배수지공원 풋살경기장이 발걸음 멈추게 해</strong>= 옆쪽 데크를 따라 걸어가니 행당2동 한진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코스 인근 금호 벽산 아파트 입구인 논골사거리 제빵집에 들러 팥빙수로 기운을 돋웠다.한결 힘이 났다. 다시 도로를 타고 금호동 배수지공원을 향해 걸었다. 시간이 오후 3시55분. 출발한 지 1시간 30분 정도 걸렸다.배수지공원에선 풋살경기장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인근에 사는 조무래기인 듯 아이들이 풋살경기장에서 게임을 할 모양이다. 아이들 모두 즐거운 표정들이다. 또 아이들 농구코트와 배드민턴장이 따로 마련돼 있다. 인근 주민들에겐 더 없이 좋은 공원이라는 생각이 든다.

배수지공원 풋살경기장에서 노는 놀이방 학생들

<strong>◆금호동 쌈지공원 해시계</strong>...고향 생각 나= 금호동 재개발 13 구역을 끼고 오르면 쌈지마당에 돌 장기판과 해시계가 보인다. 해시계에는 고향까지 거리가 표시돼 있어 이채롭다. 강화 120리, 춘천 190리, 서산 250리, 광주 680리 등으로 거리가 표시돼 있다. 지금은 재개발 사업으로 철거돼 모두 흩어졌지만 한동안 이 곳에서 살았던 금호동 사람들로 하여금 고향을 생각하게 하는 뜻깊은 표석이었던 듯 싶다. 또 대경정보화고등학고 정문을 따라 조금 더 가면 응봉근린공원에 나온다. 여기서부턴 '금호산 맨발공원'이다. 맨발로 운동하는 시설이 여럿 갖춰져 있다. 혼자 돌 위에 앉아 시조를 읊는 한 어르신의 구슬픈 목소리가 마음을 적셨다. 더 위쪽은 금호산공원이다. 좌우로 중구 성동구가 나뉜다. 우리 일행은 성동구에서 중구쪽으로 막 경계선을 넘어온 셈이다.

금호동 쌈지마당 해시계

<strong>◆버티고개 생태통로 통해 남산 쪽 이동</strong>=바로 옆에 5000여 가구 대단지인 남산타운 아파트가 있다. 시간이 오후 4시57분. 우린 벌써 2시간 30분 정도 걸었다. 이젠 용산구 쪽 응봉근린공원이다. 응봉근린공원에서 버티고개 생태통로를 건너 반야트리 호텔 쪽으로 걸어 십여분 남산이 코 앞이다. 해오름극장에 도달하는 시간이 오후 6시10분 경. 남산자락 맨 끝 서울숲을 출발, 응봉산~대현산~호당공원~금호산~매봉산~국립극장까지 남산자락을 걸은 셈이다. 한강변을 따라 출발해 3시간 40분 정도를 걸어 남산에 이르니 기분 좋은 피곤함이 슬쩍 밀려든다.

버티고개 생태통로

<strong>◆스토리텔링 작업 진행 중</strong>= 서울숲~남산길은 좀 아쉬운 대목이 있다. 행당2동~금호동 도심 구간이 도보 여행의 맛을 반감시키는 게 그 것이다. 그러나 도심에서 한강과 남산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명품 코스다. 다만 코스에 역사와 문화를 입히는 스토리 작업이 부족한 게 '옥의 티'다. 성동구 배남현 공원팀장은 "현재 성동문화원과 함께 스토리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오는 10월께는 작업이 마무리 돼 스마트폰 QR코드를 통해 통과 지역을 보다 쉽게 알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박종일 기자 drea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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