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부가 3월부터 시행 중인 0~2세 영유아 전면 무상보육제도를 소득에 따라 선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방침이라고 한다. 재벌가 손자 등 고소득층에게까지 주는 영유아 보육비를 줄여 저소득 계층에 양육수당을 더 주는 것이 사회정의에 맞는다는 이유에서다. 일견 그럴 듯해 보이지만 궁색한 논리다. 실제로는 '돈'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의 경우 지난달에 보육예산이 소진돼 서울시의 긴급 예산 20억원을 지원받았다. 서초구뿐만이 아니다. 10월이면 전국 200여개 지방자치단체의 무상보육 예산이 바닥날 처지다. 정부의 보육예산 1조9000억원도 올 11월쯤이면 소진될 것이라고 한다. 재원 고갈로 시행 첫해에 중도 중단될 사태에 이른 것이다. 정부와 지방의 재정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선거를 의식해 밀어붙인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정부는 무상보육 확대로 1조원이 넘는 예산이 추가 투입되는 데 우려했다. 특히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는 절반의 분담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대했지만 정치권의 공세에 밀렸다. 주먹구구 수요 예측으로 예산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정부의 잘못도 크다. 정부는 당초 올해 지원 대상을 70만명으로 예상하고 예산을 편성했다. 그런데 부모들이 너도나도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기면서 실제 이용자는 78만명에 달했다. 국고와 지방재정에서 8600억원을 초과 지출해야 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뜸 선별 지원을 내세운 정부의 태도는 문제가 있다. 재원이 바닥났다는 이유만으로 국민과 약속하고 시행한 정책의 근간을 몇 달도 지나지 않아 수정하겠다면 누가 납득하겠는가. 3~4세의 경우 전 계층에 보육비를 지원하는 것과 형평성도 맞지 않는다. 이는 저출산 해소를 위해 모든 계층의 5세 이하 아이들의 보육료를 책임지겠다고 한 정부의 정책방향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는 예비비 지원 등을 통해 보육대란이 생기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당연하다. 앞으로가 문제다. 차제에 내년 이후의 근본적인 무상보육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고 국민적 공감대가 이루어질 보육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번 혼란이 보육정책을 바로 세우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 바란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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