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홍구 농협유통 대표가 그저께 하나로마트 등 농협 매장에서 수입농산물을 팔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농업인의 경제ㆍ사회적 지위 향상을 꾀하는 협동조합인 농협의 설립 취지에 어긋나는 발언이다. 회원들이 땀 흘려 거둔 농산물을 주로 취급해야 할 농협이 대체재인 수입농산물도 팔겠다니 도대체 어느 나라 협동조합인가. 강 대표가 설명한 이유는 최고경영자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 그는 바나나가 주식인 동남아 출신 신부들이 농촌에 많다는 점을 내세웠다. 지역 농협 매장에서의 레몬 판매를 원하는 지역 식당이 적지 않다고도 했다. 수입농산물로 상품 구색을 갖추면 고객 증가로 국산농산물 매출도 함께 늘어 조합원 이익도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궁색한 논리다. 수입농산물은 이미 전국 곳곳의 대형 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 전통시장에서 팔고 있다. 지역 농협에서 이를 취급한다고 고객이 늘어나리란 보장이 없다. 되레 국산농산물을 사려고 온 고객이 상대적으로 값이 싼 수입농산물을 집거나 국산농산물을 믿고 살 수 있는 곳이라는 농협 이미지를 떨어뜨려 매출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 농협이 운영하는 대형 마트 체인 하나로클럽에 의무휴무제 면제라는 특혜를 준 것은 농축수산물 매출 비중이 51%를 넘는다는 특수성을 감안한 조치다. 하지만 이 매출 비중을 지키지 못하는 농협 점포가 많다. 지난해 정범구 의원이 낸 자료를 보면 전국 2070개 하나로마트 중 농축수산물 매출 비중 10%를 밑도는 곳이 602곳(29%)이다. 이런 판에 수입농산물까지 팔면 국산농산물이 하나로마트에서 차지하는 공간은 더욱 좁아질 것이다. 전국 농협 점포에서 유통되는 국산농산물은 조합 출하 물량의 10% 수준이다. 이 비율을 끌어올려 농산물 유통혁명을 주도하는 것이 농협의 책무다. 그래야 조합원들이 제값을 받고, 소비자는 농협에서 우리 농산물을 믿고 싸게 살 수 있다. 개정 농협법에 따라 지난 3월 농협이 새출발한 것도 바로 협동조합 본래의 경제사업을 제대로 하라는 조합원의 요구에서다. 대형 마트를 경쟁 대상으로 삼아 점포 확장과 판매품목 확대를 꾀하는 것은 협동조합의 본분을 망각한 거꾸로 정책이다. 농협은 우리 농산물을 지키는 파수꾼이어야지 수입농산물로 돈 버는 장사꾼이어선 안 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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