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iet 콰이어트>수전 케인 지음, RHK(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왜 세상은 외향적인 사람을 선호하고 왜 내향적인 사람은 자기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원래 성격을 감추려 하는 걸까?’ 어린 시절 조용한 책벌레 소녀였던 저자 수전 케인은 프린스턴과 하버드 법대를 우등생으로 졸업한 후 기업과 대학에서 협상기법을 가르치는 변호사가 됐다. 내성적인 자신의 성격이 직업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그녀는 항상 궁금했다. 자신과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내향성이 얼마나 위대한 기질인지 스스로를 증명해보기로 했다. 그가 월스트리트의 변호사의 화려한 세계를 등지고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 이유다. 이 책은 세상은 외향적인 사람을 선호하지만 정작 세상을 바꾸는 건 내성적인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간디, 찰스다윈, 아인슈타인 그리고 애플의 공동창립자인 스티브 워즈니악, 투자의 귀재 워렌버핏 등이 바로 그들이다. 간디는 그의 자서전을 보면 기질적으로 수줍음이 많고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어린 시절 그는 책에 파묻혀 지냈고 수업이 끝나면 누군가와 얘기해야 할까봐 두려워 곧장 집으로 달려갔을 정도로 겁이 많았다. 찰스다윈은 소년일 때 친구를 쉽게 사귀긴 했지만 혼자서 오랫동안 자연 속을 산책 하는 것을 더 좋아했다. 아인슈타인은 하나의 문제에 봉착하면 홀로 생각에 잠기는 내향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스티브 잡스와 애플을 공동 창업한 스티브 워즈니악은 자신이 너무 수줍음이 많아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할 정도가 아니었다면 컴퓨터를 그렇게 많이 배우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전설적인 투자가로 세계 최고의 부호로 꼽히는 워렌버핏은 주변 사람들이 흥분할 때 오히려 차분하게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가끔 몇 시간씩이고 사무실에서 꼼짝도 안하는 것으로도 정평이 나있다. 내향적인 사람이들은 말하기 보단 듣기를, 파티보단 독서를 좋아한다. 혁신과 창조에 열광하지만 자기 자랑은 극도로 꺼리는 성향이 있다. 여럿이 일하기보단 혼자 어딘가에 콕 박힌 채 고독한 작업을 즐긴다. 그러나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현실은 외향적인 사람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말없고 숫기 없는 사람은 ‘소극적’이라고 평가받는 반면 말도 많고 빠르며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사람은 ‘적극적’이고 유능한 리더로 평가받는다. 저자는 이런 현상이 원래부터 인간사회의 고유한 특성이 아니라고 말한다. 20세기 초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나타난 사회적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전까진 작은 마을에서 소규모로 친분을 쌓던 생활패턴이 도시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난생 처음 보는 낯선 이들과 갑자기 만나 이윤추구를 위해 협력해야 하는 시기로 변했다. 첨예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말하는 능력과 사교성, 첫인상과 적극성 등은 필수불가결한 무기였다. 이런 흐름 때문에 현대사회가 ‘인격의 시대’에서 ‘성격의 시대’로 변화했다는 주장이다.하지만 이분법적으로 모든 사람들을 외향적, 내향적이라고 나눌 순 없다. 둘 중 어느 하나가 더욱 뛰어나다고도 말할 수 없다. 한 가지 중요한 건 ‘외향성 이상주의’가 팽배한 현대사회에서 ‘내향성’은 불필요한 덕목이 아니라 시끄러운 세상을 조용히 움직이는 또 다른 동력이라는 점이다. 침묵과 고독의 가치는 오늘날 수준높은 상품 개발이나 생산 효율성 차원에서 더욱더 강조돼야 할 주요 요소가 되고 있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픽사 같은 창의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회사에서 단독 작업 공간이나 조용한 공간, 편안한 회의실 등 타인의 작업을 방해하지 않는 섬세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 점은 ‘내향성’이 일으키는 조용한 시도들이 아닐까.이코노믹 리뷰 김은경 기자 kekisa@<ⓒ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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