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정부가 한일 정보보호협정(군사협정)을 전격 연기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국민의 지지가 필요한 만큼 국회와 협의한 뒤 체결한다는 방침이지만, 밀실 처리라는 비판 여론 속에서도 협정 체결을 강행했던 모습을 감안할 때 이 같은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특히 한일간 협정안 서명식을 한 시간도 채 남기지 않고 일본 정부에 서명식 연기를 요청한 것은 외교적인 결례인 만큼 '국제 망신'을 감수할 만한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표면적인 이유는 정치권의 반발이다. 특히 지난 사흘간 이 협정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던 새누리당의 보류 요청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날 오전까지 외교통상부는 오후 예정된 서명식을 기정사실화했다. 서명식 보도자료와 참고자료를 통해 협정안 전문을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류 변화가 감지된 것은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김성환 외교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협정 체결 연기를 요청했다는 사실을 진영 정책위의장을 통해 알린 직후다. 이어 일본 주재 특파원들에게 서명식 연기 가능성을 시사했고, 서명식을 30여분 앞두고 연기 사실을 알렸다.정부와 여당의 입장이 반나절 만에 바뀌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대선을 앞두고 반대 여론에 대한 우려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협정이 대선을 앞두고 정치 쟁점으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면서 여권의 위기감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당내 주류인 친박계로선 이번 사건이 '반일 감정'으로 확산될 경우 대선에서 결코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협정이 체결될 경우 비난의 화살은 정부와 이를 방조한 새누리당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에게 모아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야당이 박 전 대표의 부친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5년 체결한 한일협정과 연결해 공세를 펼칠 경우 박 전 대표로선 치명상 불가피하다. 당시 한일협정은 독도 문제를 유보하는 등 과거사를 명확하게 청산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일각에선 현 정부의 레임덕을 고스란히 보여준 계기가 됐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 협정을 청와대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외교부가 외교적 결례를 무릅쓰고 결정을 번복한 것은 차기 정부를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지연진 기자 gy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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