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조르자는 대한민국···명품 싹쓸이하는 그들

28일 오전 에르메스 제품을 반값에 판매하는 프라이빗 세일 행사장을 찾은 VIP들이 신라호텔 영빈관 앞 도로까지 길게 줄을 서 있다.

-어제 호텔 영빈관, 1%는 제정신이 아니었다[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28일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에르메스 프라이빗 세일' 행사장에 하루에 수천명이 몰린 것은 명품에 대한 우리 사회 상류층의 비뚤어진 자화상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명품에 대한 진정한 가치보다는 과시용으로 전락한 명품 열풍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세일 기간이라고는 하나 수백만원 대인 해외 명품 옷가지들을 수십벌씩 쓸어담는 부유층의 삐뚤어진 소비 행태에 대한 비판이 흘러나오고 있다. 50% 할인을 해도 여전히 수백만원 대인 물건을 수십벌씩 쓸어담는 모습은 서민에게 위화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들은 분명 가계빚에 쪼들리고 생활고를 걱정해야 하는 대한민국 서민과 동떨어진 대한민국 1%다. 선택 받은 소비자이기도 하다. 이날 행사장은 바코드가 찍힌 초청장을 가진 고객만 입장할 수 있도록 주최 측이 입장객을 철저히 제한했다.대한민국 1%의 비뚤어진 소비 행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름난 명품 브랜드가 세일을 진행할 때마다 수백명의 부유층이 몰려들고 있다. 시즌 오프 기간에는 서울 시내 특급 호텔과 강남 요지, 특히 서울 청담동의 프리마호텔, 리베라호텔은 명품을 할인된 가격에 사려는 명품족으로 북적거린다. 최근에는 에르메스 등 특급 명품과 프라다, 구찌 등 인기 명품업체들도 시즌 오프 할인 행사에 들어가면서 행사장에는 '불황을 모르는' 수백명의 귀부인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달에만 해도 보테가 베네타, 입생로랑, 디올, 콜롬보 등의 세일 행사장에서 수백명의 명품족이 물건을 휩쓸다시피 했다. 도산대로의 강남웨딩홀과 호림아트센터 등은 명품 세일의 주무대로 강남, 서초 일대에 주로 포진한 명품 업체의 자체 사옥에서도 행사가 앞다퉈 열린다.부유층의 이런 명품 소비는 내수 활성화란 긍정적인 면도 물론 있다. 하지만 명품 행사장에 아침부터 수백명이 몰리고 수천만원을 쓰고 가는 모습은 비상식적인 수준이다.명품업계는 명품 세일에 대한 과도한 관심에 대해 국내 명품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명품 소비가 대중화되는 등의 요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명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즌 오프 세일 기간에는 할인 폭이 크기 때문에 수백명씩 사람이 몰리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면서 “명품 할인 행사장에서는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들도 자주 온다”며 특별한 일이 아닌 것으로 포장했다.하지만 지나칠 정도로 대중이 열광하는 '명품 광풍'은 유독 한국 사회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파리에서는 샤넬 백을 메고 지하철을 타는 사람을 상상할 수도 없다”면서 “유독 아시아 지역, 특히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소득 수준을 넘어서는 소비를 즐기는 한국 사람이 너무 많다는 얘기다. 한 달치 월급을 넘어서는 수백만원 대의 명품을 카드 빚을 내서라도 사고야 마는 한국인의 모습에는 어딘가 지나칠 정도로 병적인 집착이 보인다.명품 업체 유럽 본사에서도 불황에도 식지 않는 한국 시장의 '명품 열기'를 의아하게 여기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명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본사에서도 한국의 명품 열풍을 신기하게 생각한다”면서 “유럽에서는 명품을 대중 소비 제품이 아닌 아예 소비층이 다른 제품으로 여긴다”고 말했다.그는 “대중은 자신의 소비 수준을 넘어서는 명품에 관심을 두지 않고 대중매체들도 이에 대한 언급을 별로 하지 않는다”면서 “따라서 명품 가격이 얼마나 오르는지 같은 것이 문제가 되는 한국 사회가 어찌 보면 좀 이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덧붙여 그는 “명품이라는 것은 가격을 떠나 히스토리와 브랜드력을 가진 제품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한국 사회도 뭐가 좋다고 하면 모두가 따라가는 그런 분위기가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 각자의 취향을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28일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진행된 에르메스 프라이빗 세일 행사장 내부모습.

박소연 기자 mus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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