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영 기자의 ‘아름다운 집’ 순례 ⑤ 서울 신촌동 건축사 김기환대표 주택
1.2층 테라스는 도심과 자연을 맛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고추 등 간단한 먹거리를 직접 키우고 있다. <br />
2.거실에서 주방으로 갈 수 있는 공간을 책장을 설치해 실용성을 높였다. <br />
3.2층 서재실은 한옥을 응용해 나무 판으로 멋을 더했다. <br />
4.다락방을 사랑채 형식으로 개조해 이색적인 공간으로 활용했다. <br />
5.각 방마다 공간감을 다르게 만들어 재미를 더했다. 둘째 아이방은 색상을 다르게했다.<br />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지현 기자]
집의 수명은 인간 스스로가 정했다. 오래되고 낡았고 모양이 주변 배경과 다르다면 수명이 다했다고 믿어왔다. 이런 과정은 집이라는 공간을 단순한 구조로 바꿔왔다. 먹고 자는 공간을 화려하게 탈바꿈시키기도 했다. 이런 집은 삶을 평온하게 만드는 구조가 아니라 삶을 ‘과시’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도 한다. 김기환 건축사의 낡았지만 투박하면서 삶을 녹여낸 이 집은 단순한 공간이기를 거부한다. 건축사의 집은 화려할 것이라는 상상은 무너졌다. 이 집을 한마디로 투박하고 소박했다. 약간의 불편함 마저 느껴졌다. 움직임을 하기 위해 조금 귀찮게 만들었다는 김기환 대표의 집은 인간의 삶과 참 많이 닮았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에 위치한 이 주택의 나이는 서른살이다. 더 정확한 나이는 서른셋쯤 된다. 김기환 대표는 2004년 일본 유학시절에 이 주택을 매입했다. 도심에 자리잡았을뿐 아니라 자연친화적이라는 점도 매력이었지만 무엇보다 이 집에 대한 남모를 애착이 온몸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서대문구 신촌동에 위치해 있어 도심 한 가운데로 착각할 수 있지만 이 집은 자연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는 곳에 터를 잡았다. 흔히 말하는 ‘뷰’가 좋다는 얘기다.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온통 녹색으로 뒤덮힌 ‘안산’을 볼 수 있고 왼쪽으로 시선을 바꾸면 구마터널을 지나 시원하게 뻗은 도로와 함께 도심을 감상할 수 있다. 주택은 대지 162㎡(50여평)에 건물은 195㎡(60여평)에 남서향이다. 이 집은 리노베이션(Renovation)을 통해 새로운 공간으로 거듭났다. 오래된 건물을 다시 쓸 수 있게 고치는 것이지만 적용 범위가 광범위 한 것이 리노베이션이다. 당초에는 미적 표현과 환경 그리고 건축의 목적을 제대로 이뤄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던 집이었다. 김 대표는 이런 집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뼈대만 남겨두고 공간을 만들어 넣었다. 공간이 만들어지면 그 속에 바로 ‘콘텐츠’를 집어 넣어 집안에 생동감을 주입시켰다. 집은 2층 구조에 자그마한 다락방을 품었다. 2층은 현재 김 대표의 집무실로 사용하고 있으며, 1층은 살림집으로 쓰고 있다. 이 집은 투박하면서도 군데군데 미로를 만들어놓았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벽체 마감을 따로 한 것이 아니라 콘크리트를 그대로 이용했다는 점도 특이하다. 색상은 김 대표가 선택한 것이지만 가장 투박한 느낌을 전달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공간을 일괄적으로 이런 색상을 사용한 것은 아니다. 공간을 다르게 구성하거나 다른 색깔로 벽체를 마감하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이 때문에 공간마다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1층 입구 양쪽은 아이들 방으로 사용하고 있다. 첫째 아이 방은 한옥을 그대로 옮겨 창호 문을 적용했고, 벽지도 한지를 이용했다. 둘째 아이 방은 하늘색 색상으로 마무리 했다. 이 집의 매력은 현관에서부터 나타난다. 현관에서 거실로 이동할 때 일반 집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방식을 쓰고 있다. 마치 장롱을 연상케 하는 미닫이문을 설치해 또 다른 공간을 음미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공간은 거실과 안방, 주방으로 이어지는 구조로 만들어 일반적인 주택 공간과 비교해 색다르면서 돋보이도록 했다. 이런 구조덕택에 어느 하나도 똑같은 공간이 없다. 집은 마치 탐험하듯 매번 새로운 느낌을 전달한다.
1.집무실은 투박한 공간을 최대한 살렸다. <br />
2.한옥을 응용해 창호문을 이용해 옛 멋을 표현했다. <br />
3.다락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격자 형태로 만들어 공간감은 물로 안정감도 높였다. <br />
4.거실을 수납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아이들이 즐겁게 지내는 구조로 만들었다. <br />
5.동선을 직선으로 구성한 주방공간. <br />
6.1층과 2층을 오가는 계단.[사진:이코노믹리뷰 박지현 기자]
이집의 모든 공간에는 나무를 이용한 구조물들이 널려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원재료인 나무로 만든 문, 책상, 책꽂이, 서랍장 등이 어김없이 자리하고 있다. 인테리어 목적도 있겠지만 이것은 이른바 ‘콘텐츠’라 불리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집은 뼈대가 만들어지고 그 안을 채우는 콘텐츠는 다양하지만 결국 매번 달라지게 마련이다. 쉽게 떼고 붙일 수 있으면서 파손되면 수리하거나 교체할 수 있는 콘텐츠는 이 집의 또 다른 멋이자 미력이다. 이 집은 또한 군더더기가 많다고 할 수 있다. 달리 해석하면 없는 듯 느낌을 최대한 살려 색다른 공간을 만들어냈다. 이는 다른 집처럼 공간감을 극대화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간감을 줄였다. 그 대신 수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공간을 확대한 것이 이 집의 색다른 면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조명이다. 상하 수직 구조의 조명을 배제했다. 직선으로 내리쬐는 인공적인 조명을 줄이고 벽면에 직접 형광등을 설치했다. 이 조명도 필요한 곳에 쉽게 부착하고 뗄 수 있도록 했다. 조명 역시 큰 밝기를 유지하는 것 보다 은은한 빛을 발산하는 쪽에 무게중심을 뒀다. 측면에서 나오는 빛은 온방을 가득 채우고 새로운 시선을 제공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이 집은 생활하는데 다소 불편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김 대표가 의도한 것들이다. 무조건 넓고 화려한 집이 아니라 투박하면서 가장 인간적인 삶이 담겨진 집이라는 것이 김 대표의 건축학 지론이기 때문이다.이렇게 설계했다 | 김기환 그늘건축공방 대표&건축사“집은 삶을 교감하는 집합체”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지현 기자]
“집은 지속가능한 삶을 영위하는 공간입니다. 삶을 영위하는 방식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입니다. 집이 어떤 감정을 전달하고 받을 수 있는 교감을 통해 공간은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죠.”김기환 대표가 생각하는 건축의 힘은 반드시 새롭게 창조하는 것만은 아니다. 어떤 주어진 공간 안에서 표현하는 것을 끄집어 내고 그것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집과 교감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새로운 것들이건 낡은 것이건 그 구조물에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그리고 내 삶에 과연 필요로 한 것들인지를 잘 따져봐야 하는 문제죠.”신촌동 이 주택은 한 노부부가 젊은 시절 건축했던 집이다. 이후에는 단식원으로 사용하면서 집의 역할을 벗어나버렸다. 김 대표의 설명대로라면 이 집은 집이 아니었다. 심각하게 망가져 집의 기능을 전혀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간을 전부 파괴해버려 집과 방의 역할을 하지 못했죠. 당시 이 집을 그대로 허물고 새롭게 지을지 아니면 리노베이션을 할지 고민했었습니다. 결국 집을 허물지 않고 그대로 살려 공간을 만들어 보기로 했죠.”김 대표는 집이 욕망의 산물이라고 바라보지만 반드시 경계선이 있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욕망을 최대한 절제하고 삶을 집에 녹인다면 집은 곧 지속가능한 공간이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여기서 말하는 지속가능한 공간은 바로 집의 역할이다. 집은 사람에게 행복함과 편안함을 선사하지만 이 평온함이 얼마나 지속할 수 있느냐는 별개다.“처방 문제겠지만 30년 된 집을 낡았다고 해서 부셔버리고 바꿔버리는 것 보다, 그 집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찾아내고 그 속에서 공간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새롭게 집을 짓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집은 교감하는 집합체입니다. 교감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거나 연장을 시키는 일이 바로 건축가의 몫이죠.”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신촌동 2-125번지면적 대지 162㎡(50여평) 건물 195㎡(60여평)특징 기존의 집을 활용해 리노베이션을 통해 만들어 집건축사 김기환 건축사(그늘건축공방) tel 031-948-5199 이코노믹 리뷰 최재영 기자 sometimes@<ⓒ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간국 최재영 기자 sometimes@ⓒ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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