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세계 경제위기의 해결사 노릇을 해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체제가 고비를 맞았다.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으로 유로존 재정위기는 이제 갓 서막을 올렸는데 벌써부터 무용론이 나돈다. 그리스의 2차 총선 직후 열릴 18일 멕시코 로스카보스 G20 정상회의도 '말의 성찬'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론이 적잖다. G20 체제가 세계 경제 문제의 대안으로 부상한 건 2009년 4월 영국 런던에서였다. 2008년 미국 투자은행(IB) 리먼 브러더스 파산 뒤 정상급 회의로 격상된 G20은 런던에서 열린 두 번째 회의를 통해 막대한 재정투입을 약속했다. 미국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에서 비롯된 세계 금융위기를 각 국 정부의 재정 여력으로 극복해보자는 합의였다. 거시경제정책 공조는 신속하고 대담하게 이뤄졌다. 회원국들은 2009년부터 이듬해까지 정부의 재정 투입 규모를 5조달러 늘리고 201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4%포인트 끌어올리자고 뜻을 모았다. G20의 대응은 적확했다. 세계 경제는 급격한 경기 둔화를 피해갔고, 한국처럼 대외 여건 따라 지표가 흔들리는 신흥국들이 빠른 경기 회복세를 보였다. 신흥국의 성장세는 죽어가던 세계 경제에 심폐소생술을 했다. 선순환이었다.
긴축 반대시위가 벌어진 그리스 도심의 모습
하지만 병든 유로존에 3년 전 그 처방을 쓰긴 어려워 보인다. ▲민간 부문의 부실이 문제였던 리먼 사태때와 달리 지금은 유로존 회원국 자체가 병들어 있는데다 ▲파급 효과는 크지만 지역 문제 성격이 강하고 ▲세계 경제의 바람막이 역할을 해온 신흥국의 성장 속도가 주춤하며 ▲회원국의 재정 여력도 사실상 바닥 나있는 상태라서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리먼 사태가 벌어졌던 2008년과 2009년에는 민간 금융시스템이 망가져 정부가 돈을 푸는 방법으로 경기를 방어할 수 있었지만, 이젠 각 국의 통장 잔고가 바닥난 상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당시엔 중국과 같은 신흥국의 성장 속도가 빨라 세계 경기가 급락하지 않도록 완충하는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세계 3대 경제권이 모두 흔들리고 있어 비빌 언덕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이번 G20 정상회의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는다기 보다 사실상 독일의 결단을 압박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11일 로스카보스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 내외신 인터뷰를 통해 "이번 유럽발 위기는 유럽연합(EU)의 대응 여하에 따라 상황이 장기화되고 세계 경제가 침체될 가능성이 있어 염려된다"면서 "특히 선진국의 재정대응 여력이 크지 않아 문제 해결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윤증현 전(前) 기획재정부 장관도 독일을 통한 유로존 안정에 기대를 걸었다. 윤 전 장관은 지난 5일 아시아경제신문이 주최한 아시아금융포럼에 참석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 등 유로존 위기와 관련해 여러가지 시나리오가 나오지만 결국 독일이 재정을 지원하고, 남부 유럽 국가들이 적당히 긴축하는 방식으로 이번 사태가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박연미 기자 chang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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