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재혁자유기고가
편집. 이지혜
괴상하면서 귀엽고, 촌스러우면서 귀여운 것을 추구하는 캬리 파뮤파뮤는 엽기 표정도 서슴치 않는다.
솔직히 어이가 없다. 캬리 파뮤파뮤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혹은 그녀의 무대를 보고 있으면 J-Pop이 별천지처럼 느껴진다. 나카타 야스타카는 소리로 다양한 장난을 치며 멜로디를 만들어냈다. 그야말로 뿅뿅 소리의 집약체다. 가사는 말장난이다. 제목만 봐도 데뷔곡 < PON PON PON >부터, 첫 번째 싱글 <츠케루, 츠케루>, 두 번째 싱글 < CANDY CANDY >까지 어느 하나 제대로 된 의미를 가진 것이 없다. 여기에서 모든 건 그저 귀여워서 존재한다. 캬리 파뮤파뮤는 자신의 가명을 설명하며 “귀여운 말을 가득 채웠다”고 했다. 파뮤파뮤는 코미디언 야기 마스미의 유행어가 귀여워 차용한 말이다. 일본어가 충분히 귀엽지 않다고 느꼈는지 그녀는 스스로 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여고생들 사이에서 ‘캬리어(キャリ語)’라 불리는 이 어휘들은 주로 귀엽다의 확장들이다. 그로테스크(Grotesque)와 귀엽다(카와이, かわいい)를 합쳐 그로카와라 하고, 촌스럽다(다사이, ださい)와 귀엽다를 합쳐 다사카와라 한다. 일본의 한 매니지먼트사 대표 나카가와 유스케는 ”캬리 파뮤파뮤의 힘은 발신력”이라고 했다. 아메바(ameba.jp), 믹시, 트위터 등 캬리 파뮤파뮤의 왕성한 온라인 활동과 함께 그녀의 음악이 여고생을 중심으로 한 하라주쿠 문화의 발신처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녀는 오리콘이 실시한 설문조사 ‘가장 동경하는 여자 연예인’에서 6위로 꼽히기도 했다. 캬리 파뮤파뮤는 확실히 퍼퓸과 동일한 음악적 뿌리를 갖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다양한 문화 텍스트를 품고 있는 인물이다. , 그리고 음악으로 대변되는 하라주쿠 문화. 여자 중고생을 중심으로 한 , 그리고 블로그와 유튜브, 그리고 트위터를 바탕으로 하는 인터넷 기반의 놀이터가 그녀를 하나의 문화 집결체이자 발신자로 만들었다. 캬리 파뮤파뮤의 무대는 일견 하라주쿠, 카와이를 테마로 한 각종 서브 컬쳐의 콜라주처럼 보이기도 한다. 나카타 야스타카는 한 인터뷰에서 “유튜브에서 캬리 파뮤파뮤의 뮤직 비디오를 본 해외 팬들은 하나같이 하라주쿠와 카와이란 검색어로 영상 검색을 확장해나간다”고 했다. 확실히 그녀는 이상하다. 전신 타이즈를 입고 화보를 찍으며, 외계어에 가까운 단어들로 노래를 부른다. 일본판 레이디 가가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하지만 그녀가 가진 영향력은 지금 일본에서 무시하지 못한다. 첫 번째 싱글 <츠케루, 츠케루>는 3만 장이 넘게 팔렸고, 지난 5월에는 사진가이자 영화감독인 니나가와 미카와 함께 각자의 시선으로 도쿄 지도를 담은 어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무엇보다 여자 중고생들의 지지가 대단하다. 진중한 의미 따위 없어도 좋다. 귀여움이 행복을 만드는 세상. 어쩌면 지금 일본 여고생들에게 캬리 파뮤파뮤는 21세기의 록 스피릿이 아닐까. 괴상하면서도 귀여운 캬리 파뮤파뮤가 그려내는 일본 문화의 한 장이 흥미진진하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10 아시아 글. 정재혁 자유기고가 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