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절감' 외면한 중소기업청…감사원 '근무태만'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중소기업청이 영세상공인들에게 간판을 교체해주면서 정부의 에너지 절감 정책에 위배되는 형광등까지 지원금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상공인 지원 사업도 치밀하지 못한 관리로 수십억원의 예산을 낭비하는 등 업무태만에 따른 부실사업이 수두룩했다. 감사원이 5일 공개한 '중소기업청에 대한 기관운영감사'를 보면 중소기업청은 지난 2010년부터 올해 초까지 영세 슈퍼마켓을 돕기 위해 '노들가게 지원사업'을 펴면서 3005개 점포의 간판을 교체해줬다. 중소기업청은 2006년 수립된 정부의 에너지 절감 계획에 따라 LED간판으로 교체할 경우에만 지원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1583개(52.7%)는 형광등 간판으로 교체하는데도 간판 한 개당 150만원씩 보조금을 줬다. 이에 따라 LED간판으로 교체한 점포는 1422개(47.3%)로 절반에도 못미쳤다.지식경제부와 행정안전부 등은 2015년까지 LED간판으로 교체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중소기업청도 노들가게 사업을 추진하면서 '절전형 LED간판 보급계획'을 발표하고 보도자료까지 배포해 홍보한 뒤 실제 사업 집행에선 이를 외면했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정부의 에너지 절감 정책에 따라 2015년까지 형광등 간판을 LED간판으로 교체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23억여원의 예산이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감사원 관계자는 "정부의 에너지 절감 정책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던 것"이라며 "이같은 조치는 정부의 에너지 절감정책을 이행하지 못해 정부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중소기업청은 또 노들가게를 선정하면서 점포면적을 고려하지 않아 소형점포를 가진 영세 상인들이 다수 배제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감사원이 분석한 점포면적별 노들가게 선정비율을 분석한 결과 100㎡ 미만의 소점포 비율은 8.9%에 불과한 반면, 100~300㎡ 중소점포는 16.9%로 두 배 가까이 많았다. 중소기업 청년인턴제는 일자리 미스매칭을 검토하지 않아 유명무실하게 진행됐다. 중소기업 전문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인턴신청자 1002명 전원에게 실무교육을 실시했지만 이 중 취업된 사람은 169명에 불과했다. 이미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에서 일자리 미스매칭으로 채용실적이 부진했던 만큼 인턴채용시 후(後)교육을 진행해야 했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정부 보조금 지원 사업에 대한 관리도 부실했다. 중소기업청이 중소기업진흥공단에게 위탁한 해외진출 중소기업 지원사업의 경우 공단이 보조금 잔액으로 해외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 등 일회성 사업을 벌이고, 국외출장비 명목으로 9300만원을 사용했지만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았다. 이미 횡령 혐의로 정부 보조금 사업에서 제외된 업체에 사업을 발주했다 해당 업체가 부도가 나 사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한편, 감사원은 중소기업청이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전국의 재래시장상품권을 '온누리 상품권'으로 통일시킨 사업에 대해선 모범사례로 꼽았다. 지연진 기자 gy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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