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 교수, '가수 비의 군대면제, 괜찮을까요?'

지난 1일, 연세대 노천극장서 1만5000여명의 청중과 '토론식 강의'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마이클 샌델 교수 특유의 문답식 토론이 1만여명의 독자와 통했다. 지난 1일 오후 7시, 서울 연세대 신촌캠퍼스 노천극장을 가득 메운 1만5000여명 앞에서 마이클 샌델(59)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특별강연자로 나섰다. 이번 강연의 주제는 그의 신작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지난 1일,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1만5000여명의 청중이 몰린 가운데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열었다.

센델 교수는 강연에 앞서 “오늘 철학 강의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청중이 토론하는 강의이자 가장 민주적인 순간이 될 것”이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그는 학생들에게 문제를 제시하고 질의응답을 통해 답에 이르게 하는 교수법으로 유명하다. 1만명이 넘는 청중 앞에서도 그는 특유의 문답법으로 강의를 이끌어갔다. 곧 여름밤의 노천극장은 하버드대 강의실을 그대로 옮겨온 듯 열기로 가득 찼다. “여러분이 명문대 총장이라고 생각해봅시다.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전체 정원의 10%를 가장 높은 입찰가를 제시한 사람에게 팔자’고 제안합니다. 우선 입학정원의 90%는 학업능력에 기반을 두고 뽑습니다. 나머지 10%는 학업성적은 그렇게까지 뛰어나지 않지만 교육을 충분히 받을만한 수준이라고 칩시다. 이런 제안에 동의하시겠습니까?” 질문이 끝나자마자 치열한 찬반토론이 이어졌다. “10%일지라도 선발기준이 부모님이 얼마나 부자인지가 돼서는 안된다”며 반대하는 입장과 “대학이 기부받은 돈을 활용해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며 찬성하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센델 교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이 직접 논쟁하도록 마이크를 넘겼다. 토론은 ‘기여입학제 허용 비율’문제로 확대됐고, 결국 “50%는 적절치 않은데 10%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기여입학제를 찬성하는 쪽이 맞받아치지 못하면서 일단락됐다. 토론이 끝나자 센델 교수는 '기여입학제'를 둘러싼 쟁점을 2가지로 정리했다. 첫 번째 문제는 ‘공정성’이다. 돈은 없지만 진정으로 능력 있는 학생들한테 기여입학제가 굉장히 불공평한 제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둘째는 ‘기여입학제가 대학의 본래 목적을 퇴색시킨다’는 것이다. 그는 “대학의 목적은 이윤 창출이 아니라 학문을 추구하는 배움의 장”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일,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1만5000여명의 청중이 몰린 가운데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열었다.

이날 센델 교수는 이렇게 질문을 던지고,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청중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 간혹 논쟁하도록 유도하면서 자신이 던지고 싶은 메시지로 한발 한발 나아갔다. 기여입학제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사례로 논쟁을 이끌어가던 샌델 교수는 마지막으로 한국인들에게 예민한 ‘군대 문제’를 질문으로 던졌다. “만약 한국의 유명한 가수 비가 연간 벌어들이는 수익의 반을 한국 정부에 내고 그 대신 군 복무를 면제 받을 수 있다면 여러분은 이에 찬성하시겠습니까? 반대하시겠습니까?”민감한 문제인 만큼 치열한 공방이 오고갔다. 찬성하는 쪽은 “박주영과 같은 스포츠 스타나 비와 같은 팝스타가 군복무를 하는 것보다 자신의 활동을 통해 국위선양을 함으로써 국가에 더 큰 이익을 안겨준다”고 주장했고, 반대하는 쪽은 “남성들이 군대에 가면서 지키는 국방의 의무는 비시장적 가치이기 때문에 군인으로서의 의무감이 낮아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토론을 지켜보던 센델 교수는 ‘시민으로서의 정체성’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실제로 빈곤한 사람들이 비가 기부한 돈으로 인해 혜택을 받는다 하더라도 ‘군복무’는 우리가 시민으로서 공유하는 비시장적인 가치이기 때문에 시장적 가치인 돈으로 대체하는 것에 문제가 없는지 토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센델 교수는 이날 강연을 마무리 지으며 “시장원리와 돈이 공공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지, 어떤 영역에서 중요한 비시장적 가치를 몰아내는지에 대해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몇 년 간 한국에서 공정사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걸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공정성에 대해 사람들마다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한국인들이 이 문제를 중시하는 것은 건강한 민주주의 징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센델 교수는 “지금까지 돈의 가치가 왜 이렇게 커졌는지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면서 “오늘 함께 했던 토론이 하나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상미 기자 ysm125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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