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수원과 고은·박원순·노무현 그리고 강감찬

자치단체는 누구나 자기만의 색깔을 갖기를 원한다. 그래서 '시화'(꽃)도 정하고, '시조'(새)도 챙긴다. 구심점이 희박한 자치단체일수록 더 그렇다. 그런데 요즘 수원시를 보면 문화와 효원이란 정체성이 퇴색되고 있는 느낌이다. 시의 정체성보다 대중성에 초점을 맞춘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시는 노벨문학상 후보 고은 시인(79)의 이름을 딴 '고은문학관'건립을 추진 중이다. 고은 시인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좋아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이 소식을 접한 시민들과 지역 문인들이 수원 연고가 없는 고은 시인 문학관을 짓는데 반발하고 있다. 특히 고은 시인은 안성에 터를 잡고, 문학 활동을 해왔다. 수원시 계획대로라면 고은 시인을 안성에서 모셔와야 한다. 수원시는 상황이 여의치 않자 이번에는 슬그머니 꽁무니를 내렸다. 고은문학관 건립은 검토 사안이고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수원시가 박원순 서울시장으로부터 기증받은 도서 5만 여권으로 꾸민 '도요새책방'도 설왕설래다. 수원과 직접 연관이 없는 현직 시장이 기증한 책을 평생학습관 한 켠에 모아 책방을 연 것은 모양새가 좋아 보이지 않는다. 도요새책방은 박 시장의 메모수첩, 노트, 보고서 등 개인기록물과 참여연대, 희망제작소, 아름다운 재단 등 시민사회단체가 제작한 연구보고서 등으로 꾸며졌다. 수원시는 개관식과 함께 박 시장을 초청, 특강도 열었다.  수원시는 박 시장이 희망제작소 근무 당시 수 억원의 용역을 줘 논란이 됐다. 이번 책방 개설이 개운치 않은 이유다. 그런가하면 수원시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원연화당 추모비 건립을 놓고 논란을 빚었다. 보수단체 등은 수원과 연고가 없는 노대통령 추모비 건립을 수원시가 승인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수원시는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는 추모비 건립 승인을 담당 국장이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의 추모비 제막식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 29일 치러졌다.  수원시의 줏대 없는 맹탕행정은 '팔달산'에서 몇년 전 철거된 강감찬 장군 동상도 있다. 수원시민들은 강감찬 장군은 수원과 연고가 없으며 1971년 동상이 건립된 동기도 불분명하다며 철거를 주장해왔다. 수원시는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지난 2007년 동상을 철거했다. 이에 앞서 서울시는 지난 1997년 낙성대에 동양 최대 청동주물로 강감찬장군 동상을 세웠다. 수원시가 강감찬 장군 동상을 철거하기 전까지 10여년 동안 2개의 동상이 서울과 수원에 있었던 셈이다.  수원은 경기도는 물론 우리나라 최고의 문화와 효원의 도시다. 조선 22대 정조대왕의 아버지 사도세자에 대한 효심이 깃들어 있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화성의 숨결이 살아 있다. 해마다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수원을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원이 효와 문화를 꽃피우는 자치단체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를 기대해본다.이영규 기자 fortun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문화부 이영규 기자 fortune@ⓒ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