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곰팡이 “음악은 무조건 정성스럽게 만들어야 한다”
푸른곰팡이의 고찬용, 조동희, 김정렬, 오소영. (왼쪽부터)
<div class="blockquote">시간이 흐른다는 건 많은 것과 이별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 시절의 풍경, 그 때 들었던 음악, 그 날의 사람들이 세월이란 이름 속에 흐려지곤 한다. 90년대 대중가요의 정신적 원류였던 하나음악도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그 때 그 시절이었기 때문에 찬란했던 전설 같은 거라고. 하지만 비겁한 변명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여전히 그 때와 변함없는 모습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삶을 닮은 음악을 하고 있었다. 걸음이 세상이 변해가는 속도보다 조금 느리고 읊조리는 노래가 세상이 외치는 소리보다 조금 낮았을 뿐. 푸른곰팡이라는 조금은 낯선 이름으로 다시 우리 곁에 선 김정렬, 고찬용, 오소영, 조동희를 만났다. 오랜만에 새 앨범을 발매하고 또 준비 중인 이들은 6월 2, 3일 광장동 악스홀에서 열리는 ‘제 2회 서울 레코드페어’에서 하나음악 특별전과 공연을 앞두고 있다. 오래 전 친구가 보내온 편지 속의 ‘우리 앞으로는 좀 더 자주 만나자’는 인사 같이 반갑고 고마웠던 시간을 여기 옮긴다.
다들 어떻게 지냈는지가 가장 궁금하다. 조동희: 작년 11월에 앨범 <비둘기>를 내고 방송 활동도 살짝 했고 공연도 했다. 이번 레코드페어 이후에도 여수 엑스포에서 공연을 할 예정이고 8월에 (오)소영이랑 같이 공연할 거다. 아이들도 있다 보니 짬짬이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있다. (웃음) 18년 만의 첫 솔로 앨범이었다.조동희: 굳이 횟수를 세어보면 그렇지만 놀다가 작업 하다가 하면서 보낸 시간이다. (웃음) 되게 천천히 즐기면서 했다. <H3>“일부러 대형 매장에 음반을 내놓지 않았다”</H3>
긴 시간 동안 품고 있던 음악이 비로소 생명을 얻은 기분이었을 것 같다. 조동희: 사실 내 자식에게 좋은 옷 한 번 입혀보고 싶은 기분이었다. 내 별명이 데모의 여인이었거든. 맨날 집에서 혼자 작업 하니까. (웃음) 음질도 그렇고 다 소박한 얘한테 좋은 옷을 입혀보면 어떤 모습이 나올까 되게 궁금했는데 여기 (김)정렬 오빠를 비롯해 워낙 훌륭하신 분들과 함께 해서 되게 만족스럽고 감사하다. 기억에 남는 반응도 있나? 조동희: 다시 나타나줘서 고맙다는 반응이 제일 많았다. (웃음) 제일 감명 깊었던 건 어떤 분이 되게 어렵고 죽고 싶었는데 다시 살고 싶은 힘이 생겼다며 조동희 앨범에 빚을 졌다고 하시더라. 그런 강력한 반응을 보니 굉장히 보람이 있었다. 오소영도 새 앨범을 작업 중이라고. 오소영: 작업이 약간 더디게 되어서 계속 준비 중이다. 정말 좋은 곡을 써보고 싶어서 계속 쓰고 있고 그 사이에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서 통기타 레슨을 하고 있다. 사실 서두르면 지금 있는 곡으로도 낼 수 있지만 계속 욕심이 생긴다. 써 놓은 곡으로 뭔가 부족한 것 같고 며칠만 더 있으면 좀 더 좋은 곡을 쓸 수 있을 것 같고. 확실하지는 않지만 늦어도 내년까지는 꼭 내고 빨리 진행이 되면 올해 안에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곡을 모아서 앨범을 내나 아니면 방향을 정해 놓았나?오소영: 이번에는 처음부터 살짝 주제를 염두에 두고 곡을 쓰기 시작했다. 이전 앨범들이 나 자신에 대해서만 집중하고 갇힌 느낌이 있어서 이번에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도 바라보고 싶다. 그런데 참 어렵더라. 타인의 마음이라는 건 결국 짐작인거고 그걸 얼마나 세심하게 짐작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데 그게 잘 안 풀려서 계속 힘들어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직접 그 사람이 되지 않으면 힘드니까 더 깊게 생각하고 깊게 관찰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굉장히 조심스럽다. 고찬용도 가장 최근에 2집 < Look Back >을 발매했다. 역시 굉장히 오래간만이었다. 고찬용: 6년 만이니까. 얼마 전 ‘서울재즈페스티벌 2012’에서 앨범 내고 첫 공연을 했는데 혼자서 무대에 서는 건 처음이었다. 낯선 사람들 할 때는 한꺼번에 올라가서 했는데 혼자 서니 색다르더라. 다리에 힘도 풀리고. (웃음) 고찬용의 앨범을 사는데 좀 애를 먹었다. 판매처가 향뮤직과 예스24로 한정되어 있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고찬용: 대형 음반매장의 경우 중간업자가 끼길 원하더라. 우리 같이 작은 기획사에서는 그렇게 되면 어려움이 있다. 향이나 예스24 같은 경우는 우리 음악을 좋아해주시고 기꺼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해주시겠다고 했다. 김정렬: 좀 도전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우리가 대형 매장을 선택하지 않는 것은 기분 나빠서기도 하다. (웃음) 엄청난 유통 마진을 가져간다. 우리가 그 대가를 지불할 만큼 유명한 사람들도 아니고 열심히 만들어서 남들 배부르게 하기는 싫은 거지. 그나마 소위 말하는 마니아 분들이 계시니까 조금 귀찮아도 찾아서 들어주시면 서로를 위해서 좋을 것 같다. <H3>“예전의 하나 옴니버스 공연처럼 전국 투어도 하면 좋을 것 같다”</H3>
오랜만에 음반을 내면서 환경이 많이 바뀐 것을 실감했을 것 같다. 앨범을 만들지만 앨범을 듣는 시대는 아닌데 이게 만드는 과정에도 영향을 주었나? 고찬용: 세상이 많이 바뀌었지. 그런 걸 염두에 두지 않을 수는 없지만 우리는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니까 어떤 완성도로 얼마나 좋은 앨범을 내느냐가 중요하지 나머지 상황을 다 고려해서 어떻게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시스템뿐 아니라 생활의 변화도 음악에 영향을 줄 것 같다. ‘철부지’에서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된 모습이 드러난다. 고찬용: 앨범을 내기 전의 생활은 상당히 평범하다. 그냥 하나음악 사람들 만나서 술 마시고 음악 얘기도 하고 집에서는 애들이랑 놀아주고 그게 전부인 것 같다. 일반인들보다 더 평범한 일상이다. (웃음)김정렬: 일반 사람들은 너처럼 못 살아.어떤 의미인가? 김정렬: 맨날 술만 먹으니까. 새벽 다섯 시까지 술 먹고 그렇게 못 살지. 조동희: 그래도 찬용 오빠가 간이 좋아. 화색도 좋고. (웃음) 음악 하는 사람은 무엇보다 간이 좋아야 하는 것 같다. (웃음) 더 버드의 근황도 궁금하다. 김정렬: 더 버드는 쉬지 않고 계속 연주했다. 클럽 공연도 꾸준히 하고 있고 녹음도 하고. 우리가 재미있는 건 하나음악 때부터 이들과 같이 한솥밥을 먹는 것에 대해서 의아해하는 분들이 되게 많았다. 재즈 쪽에서는 너희 왜 거기 있냐고 하고 이쪽에서도 좀 생뚱맞은 거니까. 개인적으로는 별 위화감이 없다. 방향은 좀 다를 수는 있어도 마음이 맞는 사람들하고 있는 게 편한 것 같다. 우리끼리는 잘 뭉쳐서 논다. 그러면서 싸우기도 하고. 오랜 시간 잘 지내왔고 지금도 잘 지내고 있으니까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작년 제천영화제 때 공연을 보고 정말 반가웠다. 그 이후로 조동희, 윤영배, 고찬용의 새 앨범이 줄지어 나오고 이번 레코드페어 공연까지, 다시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것 같다. 김정렬: 예전에는 제일 어른이신 조동진 씨 중심으로 가끔 모여서 공연을 하곤 했다. 재미있었지. 그런데 큰 형님이 몸이 불편하시고 (조)동익 형님도 제주도에서 나무 베고 계시니까 우리끼리라도 모여서 형님들 뜻을 받들어서 뭔가를 좀 해보자고 시작한 게 푸른곰팡이다. 기존의 하나음악은 물론 새로 시작하는 푸른곰팡이를 세상에 알려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누가 짰다고 해도 어려울 정도로 잘 안 움직이고 있던 사람들이 앨범을 냈다. 봄에 개구리 나오고 곰이 잠 깨는 것처럼. 진짜 안 움직이는 (장)필순 누나도 앨범 준비하신다고 하고 (이)규호도 낸다고 하고. 앞으로 굉장히 많은 열매를 내놓을 것 같은데 그 사전작업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리고 나이 먹은 사람들끼리만 하면 안 되니까 새로운 사람들도 발굴하고 싶고.고찬용: 예전의 하나 옴니버스 공연처럼 전국 투어도 하면 좋을 것 같다. <H3>“음악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H3>
하나음악이 아닌 푸른곰팡이라는 이름을 쓰는 이유가 있나? 김정렬: 하나음악이 문제가 있었기보다 예전에 동익 형하고 뭔가 참신한 레이블을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더 버드 1집과 이다오 1집을 푸른곰팡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었다. 하나음악의 지붕이 조동진 씨였다면 그 옆에 조그만 별채 하나를 조동익 씨가 지으신 거다. 그 후 동익 형이 제주도로 내려가시면서 이름만 남아 있었는데 우연찮은 기회에 지금의 허성혁 대표님하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같은 취지의 뭔가를 해보자고 한 거다. 요즘 나는 동진이 형님이나 동익이 형이 왜 우리 같은 애들을 같이 놀게 하셨을까 하는 생각을 계속 한다. 맨날 가서 돈도 안 내고 짜장면만 먹고 그랬는데 그 돈은 누가 냈을까, 왜 내준 걸까? 비싼 돈 들여서 녹음실 지어서 빚더미에 앉게 되는 상황에서도 왜 애들에게 녹음을 하라고 했을까를 자꾸 생각하게 된다. 지금 내 나이가 당시 동진이 형 나이쯤 될 것 같은데 요즘은 나도 점점 그런 생각이 들더라. 정말 음악만 하고 싶지만 세상의 시스템에서 혜택을 못 받는 친구들을 발굴하고 같이 가는 노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같이 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 후배나 새로 찾아 온 이들이 있나.김정렬: 몇 명 있었고 지금 준비하고 있는 친구들도 있다.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인간적으로 친해지는데 시간도 좀 필요하다. 감성이 맞고 같이 어울릴 수 있어야 한다. 저 새끼 음악은 진짜 잘 하는데 재수 없어 이런 건 좀. (웃음)조동희: 그건 정렬 오빠잖아. (웃음)김정렬: 나 하나로 끝낼 거다.고찬용: 보통 데모를 먼저 보내주는데 그것만 들으면 솔직히 그렇게 달갑지 않다. 술자리도 자주 갖고 인간적인 대화도 많이 하고 음악 얘기도 하면서 그 친구들이 좀 더 성장할 수 있는 상황이 오기를 기대하는 건데 무턱대고 데모부터 주면 사실 이십 년 씩 음악 한 우리 입장에서는 별로 좋게 안 들리거든. (웃음) 선배이자 동료로서 지금의 음악 신을 보면서 드는 생각도 있을 것 같다. 조동희: 예전에 비해서 음악을 만들어서 앨범으로 나오는 게 너무 손쉬워진 것 같다. 물론 잘 하는 친구들도 많지만 귀에 딱 꽂혀서 아, 되게 좋다 싶은 게 열 개 중에 하나도 안 되는 것 같다. 음악은 무조건 정성스럽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익어야 하는데 너무 흥분해서 이게 우리 음악이고 우리는 홍대고 인디야 하는 쪽으로만 자꾸 가는 것 같다. 오소영: 나는 음악이 정말 어려워 죽겠는데 많이들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냥 쓴다고 다 곡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자기 것을 담을 수 있는 준비가 되어야 한다. 그릇이 준비되어도 내용물이 준비가 안 되면 담았을 때 아무 것도 아닌데. 김정렬: (고찬용을 가리키며) 반대로 여기에는 환자가 한 명 있다. 이번 앨범의 믹싱을 한 열 번은 했을 거다. 한 곡 가지고 마스터링을 아홉 시간 동안 밤새도록 했다. 물론 아홉 시간 안 하고 9분만 해도 잘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어쨌든 그렇게 붙잡고 있었던 걸 들으니 좋더라고. 그래서일까? 고찬용의 새 앨범은 굉장히 정교하게 만들었지만 이를 편안하게 들리게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찬용: 이종학 엔지니어가 고생을 굉장히 많이 했다. 이렇게 해서 들어보고 저렇게 해서 들어보고 하면서 이 음악이 어떻게 해야 듣기 좋을지에 대해서 계속 얘기하는 거다. 음악은 귀로 듣는 거지만 시각적으로 보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다. 마스터링 과정에서는 어떤 층들이 생기게 되는데 적정선을 찾아가는 시간들이 정렬 형이 얘기한 그 정도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공을 들여서 만드는데 반해 너무 쉽게 소비하는 시대가 되어버린 것 같다. 고찬용: 물론 노력한 만큼 대중들이 더 많이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지만 그런 바람을 갖고 음악을 하는 건 약간 바보 같은 생각이 아닌가 싶다. (웃음) 사실 앨범 내고 트위터에서 좋은 반응을 많이 봤는데 처음에 좀 놀랐다. '어? 괜찮나? 좀 들을 만한가?' 싶고. (웃음) 하지만 칭찬해주셔서 고맙다는 생각이지 ‘아, 내가 이렇게 잘 했는데 안 들어주면 안 되는데’ 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어렸을 때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점점 커가면서 사실 스스로도 내 음악에 대해 분간을 못 하겠다. 이게 과연 들었을 때 좋다고 할 수 있을까 싶고 가사에 대한 평가도 아무래도 객관적일 수 없으니까. 여러 가지로 어려워지는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에 대한 고민은 있지만 열심히 했으니까 보상받아야한다는 생각은 점점 없어지는 것 같다.<H3>“음악하는 사람들이 이기적이라 걱정이다”</H3>
지금 같은 시대에 하나음악의 정신을 이으면서 음악을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김정렬: 예전 하나음악 때 녹음실이 있었는데 거기에 작은 방이 하나 있었다. 나보다 조금 더 어린 친구들이 와서 작업실로 쓰게 되었는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허락도 받지 않고 하도 많이 들락거리길래 내가 거길 폐쇄하자고 했었다. 그 때 동진이 형이 “애들 노는데 그냥 놔둬라”라고 하셨다. 우리도 후배들한테 놀이터를 제공하는 게 되게 크다고 생각한다. 어디 가서 음악하고 좀 놀고 싶은데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지 않나.고찬용: 요즘 인디 쪽 애들은 어떻게 보면 선배들이 별로 없지 않나. 우리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기댈 수 있고 음악적 대화를 이끌어주신 좋은 선배들이 있었다. 가만히 앉아서 음악 수업도 받고 인생도 배운 건데 지금 인디의 친구들도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선배의 조언 없이 이렇게 하면 잘 될거야 라고 생각해서 하다 보니까 그 들뜬 마음이 바로 음악에 반영되는 게 아닐까. 그들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처한 환경이 우리 어렸을 때보다는 좀 안 좋지 않나 싶다. 김정렬: 물론 우리가 얘기하는 건 극히 일부분의 문제일 수 있다. 전반적으로는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부분도 많지. 청자의 입장에서는 좀 더 많은 통로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공연은 TV나 라디오에 비해 적극적으로 찾아 가지 않으면 어려우니까. 김정렬: 그랬으면 좋겠다. 모두 그러고 싶어 한다. 그런데 어딜 가고 싶다고 해서 흙탕물을 뒤집어쓰면서까지 가야 하는가의 문제도 있다. 좀 오래 걸려도 돌아가는 방법도 있으니까. 예를 들면 프랑스하고 독일이 합작해서 만든 ‘아르떼(Arte)’라는 방송국이 있다. 문화 관련 프로그램만 전문적으로 다루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곳이 없지 않나. 모두가 상업 논리에 따라 돈 들고 줄 서서 피터지게 싸우는 데 우린 거기 끼고 싶지 않은 거지. 좋은 방송 프로그램이 있고 좋은 뜻을 가진 매체가 있으면 우리도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 이 인터뷰를 통해서 알려 달라. 우리도 마음이 있다고. (웃음)살아가는 모습이 어떤 음악을 만드는가와 분리될 수 없을 텐데, 요즘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건 무엇인가. 조동희: 2집 고민이 가장 크다. 얼마 전 찬용 오빠가 100곡을 써야 10곡이 나오는 거라는 아름다운 조언도 해주셨다. (웃음) 정말 냉철하게 객관적으로 좋은 앨범을 만들고 싶어서 굉장히 고민하고 있다. 오소영: 나도 앨범이 제일 큰 문제인데 내가 생각하는 기대치가 할 수 있는 것에 비해서 많이 높은 것 같다. 결국 기대치에 맞추려면 내가 좀 더 좋은 사람, 좋은 뮤지션이 돼야 하지 않나. 어떻게 하면 내 정신세계를 잘 추슬러서 제대로 된 걸 만들어낼 수 있을까 고민한다. 좀 더 강해지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거창한 의미가 아니라 내가 하는 말이나 행동이나 음악에 대해서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김정렬: 나는 음악 하는 사람들이 처해 있는 현실과 복지에 관심이 있다. 요즘 좀 열 받아서 한국저작권위원회 같은 곳을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 편이다. 사실 사회 구조적인 건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내가 걱정하는 건 음악 하는 사람들이 너무 이기적이라는 거다. 눈이 잘 뭉쳐지려면 조금씩 녹으면서 모여야 하지 않나. 그런데 얼음은 안 뭉쳐진다. 음악 하는 사람들은 우박 알처럼 단단한 게 있어서 잘 안 뭉쳐진다. 이게 우리의 환경을 바꾸는데 굉장한 저해 요소다. 작업 특성상 자기 안에 있는 걸 끄집어내는 식이다 보니 아무래도 개인적일 수 있는데 조금 더 주변을 둘러보고 같이 생각하는 태도도 이제는 가져야 되지 않나 싶다. 나한테 조금 손해가 되는 일이고 확신이 없더라도 뜻이 좋으면 같이 움직일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어야 하는데 음악인들은 그런 면에서는 조금 약한 것 같다. 고찬용은 앨범 나온 지 얼마 안 돼서 생각이 많을 것 같다. 고찬용: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다. 다음 앨범 생각도 하고 있는데 어떤 음악을 해야지 보다 어떻게 하면 좀 빨리 낼 수 있을까가 목표다. 공연도 좀 더 많이 하고 다른 분위기의 앨범을 내보고 싶다. 스윙만 들어간 앨범이나 보컬만 들어간 앨범도 내보고 싶어서 상상은 많이 하고 있는데 또 6년, 10년이 걸리면 말짱 도루묵이니까. 당장은 공연 걱정이 제일 크다. 7월 1일에 상상마당에서 앨범 발매 공연을 한다. 긴장을 많이 할 것 같아서 연습을 많이 해야 하는데 걱정이 태산이다. 김정렬: 찬용이는 가사가 거의 소설이라 외우려면 엄청나지. 오소영: 한 노래에 편곡도 너무 많고. (웃음)마지막으로 레코드페어에서 당신들을 만나길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김정렬: 오랜만에 여기 있는 사람들은 물론 한동준, 윤영배, 이규호, 장필순 등이 다 모여서 하기로 했다. 우리가 최근 10년 동안 이렇게 많이 모여서 뭔가를 해본 적은 없었다. 고찬용: 긴장이 되지만 한편으로 설레는 마음도 있다. 이렇게 다 모여서 하면 정말 즐거울 것 같다. 아주 많이 웃을 것 같다. 조동희: 우리에게도 축제다. 김정렬: 전날 모여서 연습을 하는데 술을 먹을까봐 걱정이다. 공연할 때 다 술에 취해 있으면 어쩌나.고찬용: 가수들은 먹으면 안 되지. 가뜩이나 잘 못 하는데 전 날 마시면 큰 일 나. (웃음)<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10 아시아 글. 김희주 기자 fifteen@10 아시아 사진. 채기원 ten@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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