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광화문·강남역 '물난리' 人災..'또 침수피해 우려'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지난해 여름 집중호우로 인한 광화문과 강남역 일대의 물난리는 인재인 것으로 드러났다. 수해대책 담당 공무원들의 부주의한 업무 처리가 화를 자초했고, 부실한 복구사업으로 지속적인 침수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 감사원의 지적이다.감사원이 30일 공개한 도시지역 침수예방 및 복구사업 추진실태에 대한 특정감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서울시는 2010년 가을 광화문 광장 침수에 따른 대책으로 임시 빗물 저장소를 만드는 공사를 추진했다. 이 저장소는 지난해 9월 완공됐다.이 공사를 담당한 서울시청의 한 과장급 간부 A씨는 무자격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고 공사를 맡긴데 이어 빗물저장소 위치도 이미 빗물펌프가 설치된 광화문 중앙지하차도가 아닌 민간업체가 운영하는 세종로 주차장으로 결정했다. 당시 A씨의 상사와 외부 전문가들은 중앙지하차도가 경제성과 안전성에서 최적지라는 의견을 냈다.하지만 A씨는 실제 빗물이 넘치는 양(3087㎥, 저장소 예상수위 38.5㎝) 보다 3000㎥ 더 빗물을 담을 수 있는 저장소가 필요하다고 보고서를 작성해 세종로주차장을 임시 빗물 저장소로 만들었다. 또 예상수위 40㎝ 이상에서만 가동되는 배수펌프시설을 추가로 설치했다. 그 결과 1억2900만원이 들어간 펌프시설은 적적량의 비가 와도 가동이 안됐고, 세종로주차장 보수·보강비용 7억9800만원을 비롯해 주차장 영업손실액 8700만원을 보전해주는 등 10억1400만원의 예산이 낭비됐다. 특히 장마기간 중 임시저장소를 사용할 경우 안전사고 발생까지 우려된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지난해 강남역 일대의 물난리도 마찬가지였다. 서초구가 해마다 반복되는 강남역 일대의 침수피해를 막기 위해 추진한 지하 하수로(빗물이 흐르는 통로) 확충 공사가 화근이었다. 서초구는 2006년부터 강남대로 지하에 1304m 길이의 하수로를 만드는 공사를 추진하면서 D사로부터 신축 사옥과 강남역 지하철을 연결하는 통로를 설치해달라는 승인 요청을 받았다. 연결 통로는 하수로가 지나가는 자리였지만 서초구는 그대로 승인했고, 새로운 하수로는 역경사 위치로 변경됐다. 감사원이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역경사가 포함된 하수로의 10년 빈도 강우시 침수상황을 검토한 결과 당초 설계대로 시공했을 경우 침수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 4개의 맨홀에서 시간당 81㎥ 물이 솟구치는 등 침수가 예상됐다.감사원은 "262억여원의 하수로 확충공사비를 들이고도 강남역 일대의 지속적인 침수피해가 우려된다"며 "또 다른 침수방지를 위한 추가 공사비까지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서초구는 또 이번 하수로 확충 사업을 진행하면서 강남대로 일대에서 진행되던 신분당선 사업시행자와 사전협의를 하지않아 240일간 공사가 연장됐다. 그 결과 지난해 7월 침수 전까지 하수로 공사를 마치지 못했고, 침수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공사기간 연장으로 늘어난 사업비는 7억8200만원에 달했다. 한편, 감사원에 따르면 서울시와 경기도, 전라북도에선 지난 2년간 침수로 6787억원의 재산피해를 입었고, 이를 복구하는데 들어간 비용은 1조2477억원에 달했다. 피해 주민에 대한 재난 지원금은 883억원이었다.감사원은 서울시에 광화문 일대 임시 빗물 저장소 공사를 담당한 A 과장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한편, 서초구 공무원들에게는 주의를 줄 것을 요구했다. 지연진 기자 gy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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