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왼쪽)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언중유골(言中有骨)이다. 이한구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와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나눈 대화를 두고 하는 얘기다. 이들은 10일 오후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상견례를 했다. 19대 국회를 앞두고 협력과 페어플레이를 다짐하는 자리였다.시종 웃음이 뒤따르고 덕담이 오가는 듯했으나 둘의 한 마디 한 마디에는 날이 서 있었다. 행간에는 기싸움의 흔적이 역력하다.이 원내대표는 박 원내대표를 향해 "정치 9단이시니까 많이 알려주시고 저도 많이 배우겠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정치9단'이란 표현을 수 차례 사용했다.'정치9단'은 김대중ㆍ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쌓은 정치적 내공과 '킹메이커'로서의 면모가 만들어낸 박 원내대표의 별명이다.이 원내대표는 '정치' '정치력' '정치공학' 같은 개념이나 접근방식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고 한다.특히 정책이나 콘텐트에 대한 집중도가 높고 '정치인' 보다는 '정책가'로서의 역할에 무게를 두는 성향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이 원내대표가 정치9단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박 원내대표의 스타일에 대한 반감이나 경계심을 드러낸 것 같다"고 말했다.박 원내대표는 "민주당도 과거의 85석 민주당이 아니고 새누리당도 과거의 180석 새누리당이 아니다"면서 "엄격하게 보면 여당 150석 대 야권 140석"이라고 강조했다.박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이 대표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누구도 독식하지 말라는 것을 (민심과 당심이) 요구한다"고 지적했다.박 원내대표는 또 "이 대표님은 명실상부한 최대 세력의 백업(back-up)을 받고 있지 않느냐"면서 "저도 양보할 것은 과감히 양보하겠다. 그러나 베푸시는 것은 역시 이 대표님이 베풀어주셔야 저도 먹고산다"고 당부했다.새누리당이 지난 총선에서 거둔 승리의 의미를 축소하고 대여(對與) 공방의 최전선에 선 자신의 역할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이 원내대표는 "박 대표님 목포 출신이시지 않나. 목포는 홍어가 유명하다. 숙성 시키시는 데 귀신일 것 같다. 정치도 잘 숙성시켜달라"고 말해 주변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둘은 이미 언론사들의 파업 문제를 둘러싸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많은 언론사들의 파업은 불법파업"이라면서 "(정치권이 역할을 하는 것은) 곤란한 얘기"라고 밝혔다.민주당은 당내에 '언론파업 진상조사단'을 꾸려 '현 정부와 새누리당의 언론 탄압'을 규탄하며 '언론 정상화'를 외치고 있다.민주당은 9일 19대 당선자들과 조사단의 MBC 방문이 차단당하고 같은날 뉴스에 야당 국회의원들이 방송사에 난입했다는 식으로 보도된 것을 계기로 김재철 사장과 여권에 대한 공세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박 원내대표는 "언론사 파업 종식의 첫 걸음은 낙하산 사장들의 해임 혹은 자진사퇴에서 출발한다"고 주장했다.각각 정권 재창출과 정권 교체의 선봉에서 대선 정국을 관통하며 긴 싸움을 벌여야 하는 이ㆍ박 원내대표는 이처럼 화기애애하면서도 첨예하게 맞서기 시작했다.김효진 기자 hjn2529@<ⓒ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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