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썩었나 했더니.. 권력고리가 드러나네대주주 김찬경·임석 인맥이 로비창구 정황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부실 저축은행 대주주들이 고객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일부 드러나면서 '저축은행발(發)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 저축은행 대주주들이 화려한 정ㆍ관계 인맥을 바탕으로 회사를 키워왔다는 점으로 미뤄봤을 때, 이 같은 로비 의혹이 검찰 수사결과 사실로 밝혀질 경우 거센 후폭풍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지난해 초 부산저축은행을 시작으로 이어진 저축은행 수사에선 현직 청와대 수석과 감사원 감사위원 등 거물들이 저축은행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줄줄이 구속됐다. 이번 저축은행 수사가 진행되는 양상에 따라 그에 버금가는 거물들의 이름이 거론될 수 있다. 저축은행비리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은 9일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이 외국 선적의 선박 매입 가격을 조작하는 등의 방법으로 약 100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를 포착하고 사실여부를 수사중이다. 검찰은 임 회장이 이 돈을 정ㆍ관계 로비자금으로 사용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 역시 대출 비리 등을 감추려는 목적으로 금융당국이나 정ㆍ관계에 로비 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받고 있다. 김 회장은 현재 1000억원대 불법대출과 400억여원대 횡령 등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사정 당국에서는 김 회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최소 10여명의 정ㆍ관계 인사들이 줄줄이 연루된 것으로 파악, 사실관계를 조사중이다. 검찰은 또한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민속마을 건재고택 부근에 세워둔 승합차에 56억원을 실어놨었다는 김 회장의 진술을 확보하고, 돈의 출처 및 자금마련 목적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이 돈이 저축은행 영업정지 등 사태에 대비해 빼돌린 비자금일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김 회장 측은 이 돈을 별장 관리인이자 고향 친구인 김모씨가 훔쳐 달아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사과정에서 거론되는 임석 회장과 김찬경 회장의 정ㆍ관계 인맥 및 배경도 주목받고 있다. 개인 대주주가 맨 손으로 저축은행을 설립, 잇단 인수·합병으로 사세를 넓힌 만큼 이 과정에서 폭넓은 인맥을 바탕으로 한 로비가 벌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임 회장은 지난 198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 외곽조직인 민주연합청년회 기획국장을 지냈고, 1994년에는 청년 YMCA 회장을 맡기도 했다. 이 같은 배경 때문에 임 회장은 호남 출신 정치인들이 뒤를 봐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받아왔다. 게다가 임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다니는 소망교회 내 금융인 모임 '소금회'의 일원이기도 하다. 김 회장의 경우 주요 정치권 인사들 뿐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인연이 있다. 중졸 출신인 그는 알려진 대로 한 때 가짜 서울대 법대생 행세를 했었고, 사칭 혐의가 적발된 이후에도 동문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적극적으로 인맥을 쌓았던 인물이다. 김 회장은 특히 법대를 졸업해 판ㆍ검사가 된 대학동문들과 관계를 끊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땅 투자 등으로 큰 돈을 벌면서 더 그랬다고 한다. 김 회장이 가짜 대학생 행세를 하던 시절부터 그를 아는 한 지인은 "1년여 전에 김 회장이 연락이 닿은 동문들에게 식사 대접을 한 적이 있다"며 "당시 같이 학교를 다녔던 몇몇 사람을 계열회사에 취직시켜줬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런 김 회장이 지난 2007년4월에는 이명박 대통령 부부와 함께 고려대 박물관 문화에술 최고위과정(APCA) 1기에 함께 등록해 수강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은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고려대 교수로 재직할 당시 개설했다. 김 회장은 이 강좌를 수강하는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회장 등과도 교분을 쌓았다고 한다. 부실 저축은행들은 또 실적 악화로 회사가 휘청일때도 종합편성채널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솔로몬은 1265억원의 적자를 냈던 2010회계연도(2010년 7월~2011년 6월)에 매일방송(MBN)에 10억원을 투자했다. 미래저축은행 역시 채널A에 46억원, MBN에 15억원을 출자했다. 미래는 2010 회계연도에 265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하나금융으로부터 145억원의 증자지원을 받았다. 저축은행들은 "하고 싶어 투자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하지만 전망이 불투명한 종편채널에 거액을 투자한 것은 "무언가를 기대한 것"이란 설명이 가능하다. 저축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의 조사가 진행될수록 이들 저축은행의 부실과 대주주 전횡이 밝혀지고 있는데, 과연 정ㆍ관계나 금융당국 관계자들이 개입되지 않고서야 여기까지 왔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김현정 기자 alpha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김현정 기자 alphag@<ⓒ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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