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네덜란드 신용등급 전망 낮추나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신용평가사 피치가 네덜란드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강등할 수 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최고 신용등급(AAA)을 박탈할 수 있는 사전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는 18일(현지시간) 피치의 크리스 프라이스 이사가 텔레그라프와의 인터뷰에서 "네덜란드는 부정적 신용등급 조치가 취해질 수 있는 불안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프라이스는 "우리는 6월에 등급평가 회의를 가질 것"이라며 "네덜란드 정부가 부채가 계속 늘어나도록 놔 둔다면 그들에게 신중한 접근을 조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의 경우 부동산 시장이 문제가 되고 있다. 네덜란드의 팔리지 않은 주택 재고는 남유럽 국가들 수준으로 늘었다. 2008년 이후 팔리지 않은 부동산 재고는 두배로 늘어 22만1000채로 확대됐다. 재고가 늘면서 건축허가 건수는 1953년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주택 가격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라보뱅크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주택 가격은 2008년 8월 고점에 비해 11% 하락했다. 인플레를 고려한 실질적인 가격 하락은 15%에 달한다. 네덜란드 부동산협회는 올해 주택 가격이 5%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는 7월에 주택 구매 인지세 감면 혜택이 예정대로 종료되면 가격 하락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부동산협회는 경고한다.네덜란드 일간 더 폴크스크란드는 이런 네덜란드 주택시장의 현 상황에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텔레그라프는 네덜란드 경제가 경기 둔화와 주택 침체가 서로 영향을 미치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네덜란드의 실업률은 4.9%로 낮은 편이지만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정부와 가계 문제는 점점 골치거리가 되고 있다. 유로 통계청인 유로스탯의 2010년 자료에 따르면 소득 대비 249%에 이르는 네덜란드의 가계 부채는 유로존 국가 중 가장 높다. 다른 국가들을 살펴보면 아일랜드 202%, 영국 149%, 스페인 124%, 독일 90%, 프랑스 78%, 이탈리아 66% 등이다. 네덜란드는 그리스처럼 정부 부채가 과도한 국가들을 비난해왔지만 이젠 스스로가 유럽연합(EU)이 정한 부채한도 상한선(60%)을 위배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 네덜란드 경제정책분석국(CPB)은 2015년까지 정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76%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ABN암로에 대한 320억유로 규제금융은 도움이 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연속적인 경기 침체를 불러온 독이 됐다. 정부 부채 문제가 불거지면서 연금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규제당국은 미래에 지불해야 할 연금액이 900억유로 가량 부족한 상황이며 여유를 가지려면 2000억유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마크 뤼트 총리는 긴축을 추진해 네덜란드의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4.6%에서 EU가 정한 상한선인 3%로 낮추려 하고 있다. 하지만 CPB는 3%를 꼭 지키려 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라 지적한다. 과도한 긴축을 추진했다가는 오히려 경제에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프라이스 이사는 네덜란드 정부에 대한 신뢰를 나타냈다. 그는 "네덜란드는 오랫동안 분별력 있는 정당에 의해 운영됐고 때문에 우리는 네덜란드에 좀더 관대했다"고 말했다. 현재 네덜란드 의회는 여소야대 형태다. 때문에 뤼트 총리는 국정 운영을 위해 고작 6석을 확보하고 있는 자유당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자유당의 헤이르트 빌더스 대표는 유로가 네덜란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옛 네덜란드 통화인 길더스 부활을 주장하는 극우파다. 프라이스는 "빌더스 대표도 재정정책에 책임이 없는 것이 아니다"라며 "혹 그가 더 이상 정부와 양립할 수 없는 상황이 오더라도 다른 네덜란드 정당들이 적적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네덜란드 정치권에 대한 신뢰를 나타냈다. 그는 네덜란드의 경상흑자 규모가 GDP의 7%를 넘는다는 점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했다.한편 클라스 노트 네덜란드 중앙은행장은 네덜란드가 AAA 등급을 잃으면 정부 자금 조달 비용이 1%포인트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고 신용등급을 잃으면 미국과 같은 안전 국가라는 지위를 상실하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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