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재혁자유기고가
편집. 이지혜
자신감 결여, 의욕 부족으로 웅크려 있던 후지모토의 극적 성공기 [모테키]는 영화로도 만들어져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초식남, 모테키와 함게 최근 2~3년간 유행한 말 중에 ‘콘카츠(婚活, 결혼 활동의 줄임말)’, ‘코이카츠(?活, 연애 활동의 줄임말) 등이 있다. 이는 모두 취업활동을 뜻하는 ’슈카츠(就活)‘에서 비롯된 말이다. 자발적인 활동이 없고서야 취직이 불가능한 것과 마찬가지로 연애, 결혼도 이제 스스로 구해야 가능해졌다는 사회상을 반영한다. 모두가 타인과의 관계를 최소화하고 자신의 편안한 울타리 안에 안주하면서 연애와 사랑은 명백히 활동의 대상이 됐다. 반면 모테키는 일종의 희망이 섞인 운명론이다. 코이카츠, 콘카츠의 실패에 망연자실한 이들에게 모테키는 언젠가 성공의 날이 찾아올 것이라는 낙관의 메시지를 보낸다. 연애에 관심을 잃은 초식남에게, 그리고 개인주의의 안이함에 젖어버린 젊은이에게 모테키의 운명론은 일종의 새로운 출구와 같다. 1980년대 프리타란 말이 나왔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젊은이들을 지칭하는 신조어였다. 그리고 1970년대 등장한 오타쿠란 말은 1990년대 경제 침체 속에서 부정적 측면이 부각됐다. ‘고립된 변종 집단’이란 악명이 나돌았다. 일본 사회는 폐쇄성이 짙다. 집단, 단체 의식보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 잠재력은 있지만 진취성이 부족하다. 프리타, 오타쿠, 초식남은 모두 일본 사회의 폐쇄성을 지적하는 말들이다. 프리타의 세계에서, 초식남의 인생에서 미래는 그저 현재의 반복일 뿐이다. 그래서 모테키의 유행이 다소 의미심장하다. 영화 평론가 아리타 치즈코는 영화 <모테키>의 “흥행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TV 드라마 <모테키>의 평균 시청률은 2% 대. “영화가 이렇게 성공하고 모테키가 사회 현상처럼 대두된 것은 분명 지금 시대가 모테키에 바라는 이상이 있기 때문이다”고도 했다. 언젠가 사랑이 찾아온다는 믿음, 인생의 굴곡이 평지와 만날 수 있다는 희망. 모테키를 기다리는 일본의 초식남, 프리타는 어떤 미래를 만들어낼까. 다소 답답했던 일본이 궁금해졌다.<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정재혁 자유기고가 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