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화를 시작으로 한국판 컨슈머리포트인 K-컨슈머리포트 1호가 나왔다. 5개 브랜드 10개 등산화의 품질을 공인 시험기관에서 비교 평가한 결과를 공개하고 추천 제품을 선정했다. 미국 컨슈머리포트를 본떠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판으로 만든 것으로 제품 평가 결과를 공개해 소비자의 힘을 키운다는 취지의 출발에 일단 의미가 있다. K-컨슈머리포트가 명실상부한 제품평가 보고서로 인정받으려면 갈 길이 멀다. 먼저 평가 대상 선정이다. 공정위가 계획한 후속 평가대상은 유모차, 연금보험, 보온병 등 주로 생활밀착형 소비재다. TV나 냉장고, 자동차 등 값이 비싸고 오래 쓰는 제품은 리스트에 없다. 샘플 구입과 실험에 많은 비용이 드는데 예산이 부족해서다. 올해 예산은 소비자원 자체 비교정보 비용 7억2000만원, 공정위가 소비자단체에 지원하는 실험 비용 2억2000만원이 전부다. 이러니 관심을 끄는 신제품을 검증하는 역할은 기대하기 어렵다. 애플이 지난 16일 뉴 아이패드를 내놓자 나흘 만에 발열 위험성을 지적한 것이 미국 컨슈머리포트다. 2010년 7월에도 애플 아이폰4의 안테나 수신 불량 문제를 제기해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가 휴가 중 긴급회견장에 나오도록 했다. 그해 4월에는 도요타 렉서스가 고속 주행 시 전복 위험이 있다고 경고해 대량 리콜을 이끌어냈다. K-컨슈머리포트가 제 기능을 하는 데 예산 증액은 선결 조건이다. 언제까지 정부 주도로 끌고갈지도 고민해야 한다. 관 주도로는 대상 선정과 평가에 있어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선거 결과에 따라 바뀌는 정부와 정책 담당자의 영향을 받을 소지가 크다. 미국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연맹이 발행하는 컨슈머리포트에 대한 신뢰는 박사급 연구진 100여명과 50여개 자체 실험실을 갖춘 전문성과 광고나 기업 협찬 없이 운영하는 독립성 때문이다. 76년째 15만개의 제품을 평가했는데 연간 260억원의 비용을 750만 유료독자의 구독료와 회비ㆍ기부 등으로 자체 조달한다. 우리도 K-컨슈머리포트의 운영주체를 독립기관으로 이관ㆍ발전시켜야 한다. 대기업과 독과점기업의 힘이 큰 상황에서 소비자 권익을 제대로 지켜낼 조직이어야 한다. 소비자도 기꺼이 회원으로 가입해 정보이용료와 회비를 내고 기부도 하는 적극적인 참여 자세가 요구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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