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5년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國力培養 統一成就(국력배양 통일성취)"라는 휘호를 써 당시 대의원들에게 나눠줬다. '국력을 기르자'는 말은 분단 후 20여년이 흐른 상황에서, 북한과의 체제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었다.통일교육원이 최근 역대 대통령들의 통일 관련 휘호들을 한데 모아 공개했다. 세계서 유일한 분단국가의 행정수반으로서 대통령의 대북관, 나아가 통일정책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여기에는 대통령 개인의 통일에 대한 철학은 물론 당시의 시대적 배경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북진통일을 주장하기도 했던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統一最先(통일최선)'이란 글귀를 자신의 서집에 남겼다. 이번 작업을 지휘한 조명철 통일교육원장은 이 전 대통령의 붓글씨에 대해 "서예전문가들로부터 가장 훌륭하다는 평을 들었다"고 설명했다.전두환 전 대통령이 쓴 '民族和合 民主統一(민족화합 민주통일)'은 자신이 집권할 당시 정부의 대북정책이었다. 전 전 대통령은 집권시 따로 휘호를 쓰지 않았지만 이번에 조 원장의 요청으로 지난달 직접 쓴 걸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1992년 오두산통일전망대 개관식에 참석한 노태우 전 대통령은 독특하게 한글문장으로 된 글귀를 방명록에 남겼다. 그는 '우리 後世(후세)는 統一(통일)의 기쁨 속에서 前進(전진)하기를 念願(염원)하며'라고 썼다.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유일하게 한자를 표기하지 않고 한글로만 썼다.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10월 "평화를 다지는 길, 번영으로 가는 길"이란 휘호를 남겼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분단 사상 최초로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평생의 라이벌로 평가받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공교롭게도 각자 대통령이 당선된 날, 같은 곳에서 쓴 글귀가 이번에 채택됐다.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2년 12월 18일 오두산통일전망대 방명록에 '南北統一(남북통일)'이란 휘호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확히 5년이 지난 1997년 12월 18일 '安保(안보) 平和(평화) 交流(교류) 그리고 統一(통일)'이란 휘호를 남겼다.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통일부에 직접 전해준 '相生共榮 平和統一(상생공영 평화통일)'이란 휘호도 걸렸다. 상생공영은 현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이기도 하다.류 장관은 "역대 정부는 평화통일이라는 헌법에 명시된 궁극적 목표 아래 이전 정책을 계승하면서 상황에 맞게 발전시켜왔다"며 "역대 대통령의 휘호를 전시한 이번 일은 통일에 대한 국민의 의지를 일깨우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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