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인여신한도 상향 올인' 수출입은행장의 뚝심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아직 무산된 게 아닙니다. 당연히 계속 추진해야죠." 6일로 취임 1주년을 맞은 김용환 수출입은행장은 동일인여신한도 상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 행장은 "(관련 시행법 개정안의) 국무회의 통과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관계부처 협의 중이며 빠르면 이달 중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은법 시행령(17조 5항)에 규정된 동일인여신한도는 동일인 및 동일계열에 대한 수은의 대출한도를 시중은행과 같은 자본금 대비 각각 40%, 50%로 제한하고 있는데 개정안에는 이를 각각 60%와 80%로 높이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수은에 대한 동일인여신한도 규제는 12년전 외환위기 당시 특수은행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취해진 것인데, 최근에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대형 플랜트 및 프로젝트 공사가 많아지면서 주요 기업의 경우 한도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게 수은의 주장이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대기업에 대한 지원을 꺼리고 있어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해도 수은은 재정부와 협의해 동일인여신한도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내용의 입법예고를 추진했지만 금융위원회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수은 관계자는 "대기업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는 것은 맞지만, 대기업을 지원하면 부품업체 등 중소기업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효과가 있다"며 "대기업 '특혜' 등 단편적으로 바라볼 사안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동일인여신한도가 상향되거나 이를 보완할 다른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향후 수은의 정상적인 대출이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에도 이와 관련해 조선사들에 대한 제작금융이 반토막나는 사건이 벌어졌다.  선박,기계류 등 제작기간이 길고 가격도 비싼 수출품을 제조할 때 지원되는 자금을 칭하는 제작금융의 규모가 지난해 3조8000억원에서 올해 계획이 1조9000억원으로 반토막난 것.  정부가 한도를 상향하는 대신 단기대출을 줄여서 중ㆍ장기 대출을 늘리라는 요구를 해 왔기 때문이다. 자금의 특성상 제작금융은 대부분 대기업들에게 단기자금으로 지원된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영업이 어려워진 조선사들은 단기 자금 부족으로 '이중고'로 내몰렸다. 각 대기업의 재무최고책임자(CFO)들이 항의의 뜻을 전하고 나서야 수은은 탄력적으로 대출을 시행하겠다며 지난 4일 입장을 바꿨다.  김 행장도 "업계의 요청을 적극 반영해 대책을 마련했다. 우리 기업들이 수주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하며 진화에 나섰다. 그가 동일인여신한도 확대를 계속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지은 기자 leez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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