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주택정책 100일①-그림이 없다]의욕 앞선 공공성

‘공공성 회복’ 기준 맞춰 개발한다지만.. 현실은 ‘공터’ 도시계획 불안요소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박원순 시장이 끌어낸 서울 재개발ㆍ재건축 패러다임 변화가 주목받고 있다. 도시의 정체성과 역동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인지 지리한 갑론을박만을 양산할 지가 초점이다.취임 100일을 맞은 박 시장이 뉴타운 정책 변화와 한강르네상스 폐기 등을 주창하며 강조하는 바는 '공공성 회복'이다. 오세훈 전임 시장 시절의 ‘공공성’은 큰 틀에서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해석이 다르다. 오 전 시장이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한 공공성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면 박 시장은 '주변환경과의 조화를 바탕에 둔 저층저밀식 개발'에 기반을 두고 있다.이같은 차이는 박 시장 취임 이후 지금까지의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결과에서 드러난다. 박 시장 취임 후 강남권 재건축 단지 첫 심의안인 개포지구 3개 단지는 모두 보류됐다. 재건축ㆍ재개발의 과속 추진을 막는 '순환형 정비방식'을 도입하겠다는 의도가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12월 상정된 '반포한양아파트 주택재건축 법정상한용적률 결정안' 등 강남지역 3개 단지 재건축 안건을 보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서울시는 지나치게 높은 용적률과 임대주택을 반영하지 않은 점 등을 사유로 들었다. 저층저밀과 임대주택 확보라는 박 시장의 기준과 부합하지 않았던 것이다.하지만 '가락시영아파트 주택재건축 정비구역 지정안'은 가결됐다. 당시 전문가들은 "기준없는 주택정책으로 주민들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임대주택을 늘리는 방식으로 공공성을 확보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박 시장 철학이 반영됐다는 해석도 틀리지 않다.12월 상정된 방배삼익 재건축 및 방배경남 재건축에 대한 정비구역 지정안은 서울시 도시계획의 바뀐 흐름을 가장 잘 보여준다. 방배삼익은 인근 아파트단지의 높이를 고려하고 주변 단독주택지에 위압감을 최소화하도록 최고높이가 29층에서 26층으로 하향 조정됐다. 반면 종상향(2→3종)을 신청한 방배경남은 주변지역에 위압감을 줄 수 있는 이유에서 보류됐다.하지만 문제는 박 시장의 '공공성 회복' 기준으로 인해 서울시 정비사업 속도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 침체 여파로 재건축 수익률이 떨어져 시장이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만큼 정책으로 강제할 필요가 없다"는 서울시의 주장도 현 시장반응과 차이를 보인다. 재건축에 대한 인위적 속도조절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개발의지가 강한 단지와 주민들은 되레 혼란을 겪고 있다. 주민들은 재산이 걸린 문제여서 가벼이 여길 수 없다며 적극적으로 의견개진에 나서는 등 혼란은 더욱 커질 양상이다. 이번에 발표된 '서울시 뉴타운ㆍ정비사업 신 정책구상'도 마찬가지다. 소유자 중심의 개발이 아닌 거주자 중심으로 개발하겠다는데 의미를 두고 있지만 결국 600여곳이 넘는 구역들은 반강제적으로 '정지'상태에 내몰렸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시개발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로 인해 개발과정이 까다로워지고 시간이 지연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여러 논란을 통해 건전한 대안을 마련해 막개발에 제동을 걸어 갈등을 줄일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공성 기준은 ‘주변환경의 조화’라는 점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로써 고층고밀로 개발될 예정인 한강변 아파트도 새로운 기준을 적용받게 될 전망이다. /

배경환 기자 khba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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