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도시, 서울의 가장 큰 문제는 '주인 없는 객들이 모여 사는 도시'라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현재 자신이 몸담고 있는 주거공간을 일시적인 거처로 여긴다. 도시에 대한 무관심과 커뮤니티 부존재가 원인이다. 워낙 다양한 고향에서 모여든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다보니 '뼈를 묻어야 하는' 곳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잠시 살다가 이상적으로 여기는 곳으로 옮겨가겠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런 영향으로 개인은 파편화되기 일쑤다. 명절에 고향에서 만나는 털털하고 정 많은 사람들이 서울로 돌아와서는 무뚝뚝하고 냉소적인 사람으로 바뀌는 경우를 흔히 목격하게 된다. 해결책은 멀리 있지 않다. 주민들이 도시경영에 적극 참여하는 '커뮤니티 사회(community based society)'를 조성하는 것부터 서둘러야 한다. 선진 도시들과 견주어 가장 심각한 문제가 지역사회의 커뮤니티 부재이기 때문이다. 너는 너, 나는 나, 마주쳐도 본 체 만 체 하는 이웃, 한 단지에 살면서 나 이외의 모든 것에 무관심한 지금의 공동체 행태로는 따뜻하고 온화한 마을을 기대할 수 없다. 이웃끼리 생활 정보를 공유하고 취미활동과 공동 관심사에 함께 참여하며 지역 공동체를 꾸려나가는 것은 이 시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이러한 변화와 역할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주민조직과 지역리더를 육성해야 한다. 주인보다 객이 더 많은 도시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를 위해 일할 주민조직 또는 리더의 부재는 주민들을 더욱 객체화시킬 뿐이다. 이 주민조직은 비정부기구(NGO)와는 다르다. 자신들의 재산권과 관련된 이해관계에 따라 결성된 주민조직과도 거리가 먼 '비영리적 지역 주민조직(NPO)'이다. 일부 정치인들의 이해득실을 따지는 사고를 시민적 개념으로 전환할 필요도 있다. 이해관계 당사자보다 절대다수인 말 없는 시민들(silence people)의 존재, 그 시민들이 원하는 가치에 더 큰 인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더욱이 현 추세라면 불과 10년 뒤 서울은 아파트로 채워질 것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아파트 시대에 걸맞은 아파트 문화의 창출과 정착도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임이 분명하다. 뉴타운 정책을 전면 수정했지만 이미 서울에 택지개발과 재개발 등의 사업을 통해 들어선 아파트는 전체 주택의 58.8%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땜질이나 응급처방보다 예방성격의 한방식 처방을 기조로 삼아야 한다. 도시 성장을 유지ㆍ관리하는 틀도 없이 인허가를 다루는 선진국은 없다. 도시계획 분야에서 마스터 플랜이 있지만 집행수단과 방법이 애매모호하다. 재건축과 재개발은 더욱 그러하다. 마스터 플랜을 바탕으로 유지ㆍ관리 개념을 강화하고 목표와 수단이 연결된 관리계획(management plan)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10년 가까이 개발을 추구하기 위해 제정되거나 개정된 법령은 전면적 수정이 절실하다. 구체적으로는 수도권을 시야에 둔 도시 간 네트워크화, 서울이 가지고 있지 않는 결손기능의 확보가 중요하다. 특히 도시를 대상으로 한 규제완화 또는 정책결정은 지속가능성과 환경적 관점에서 다뤄져야 한다. 이와 함께 평균수명 연장추세와 노동시간의 감소 및 이에 따른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에도 대비해야 한다. 현재와 미래를 동일선상에서 관리하는 방법도 요구된다. 물론 20년 앞을 내다보는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그러나 미래란 현재가 거듭돼 만들어지고 현재 없는 미래 또한 없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노력은 미래적 가치로서 충분하다. 현재에 있어 미래적 가치를 우선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도시의 생명과 미래를 보장하는 명쾌한 진리라고 확신한다.문승국 서울시 행정2부시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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