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요즘 [난폭한 로맨스]의 시영 씨를 보면 ‘더 이상 어떻게 예뻐! 니가 더 예뻐!’라는 소리가 절로 튀어나와요.<br />
그 점에서 바로 같은 요일 방송되는 KBS <난폭한 로맨스>의 이시영 씨는 최선을 다한 노력의 좋은 예에요. <해를 품은 달>의 꽃도령 열풍에 밀려, 그리고 자체 시청률이 워낙 아쉬워 그다지 화제가 되지는 못하지만 이시영 씨의 연기에는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함께 울고 웃는다는 말이 있죠. 이시영 씨의 감정 선을 따라가다 보면 저도 모르게 함께 슬퍼하고, 열 받아하고, 기뻐하고, 설레게 됩니다. 개인적인 호오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순정만화에서 금세 빠져나온 듯, 소년처럼 털털한 여자 주인공을 위해 동작이며 손길, 눈빛, 표정, 장면 하나하나,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디테일을 만들고 있다는 게 가슴으로 느껴지거든요. 7회를 보세요. 가출을 한 박무열(이동욱)을 찾아 나섰다가 몸 고생, 마음고생 끝에 앓아누웠던, “나는 생전 안 아프다가 이럴 때만 아프고 난리야, 진짜.” 하며 울먹이던 날 말이에요. 눈물 그렁그렁한 표정이 정말 제대로라 손을 뻗어 눈물을 닦아주고 싶기까지 했어요. 단순히 동료애였겠지만 무열이 은재를 감싸 안고는 “덮치는 거 아니니까 그냥 자라”며 토닥여주는데, 그가 어떤 심정으로 그랬을지 백번 이해가 되던 걸요. 아, 맞다. 난데없이 등장한 무열의 첫사랑 강종희(제시카) 때문에 낙담해 거울을 들여다보며 “조금만 더 예뻤으면”하고 넋두리하던 장면도 잊을 수 없네요. 순간 ‘더 이상 어떻게 예뻐! 니가 더 예뻐!’라는 소리가 절로 튀어나왔거든요. 코믹한 에피소드가 많은 작품에서 희극인을 뺨칠 몸개그와 진지한 모습을 둘 다 훌륭하게 표현하는 능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H3>삐딱하니 바라봤던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H3>[꽃보다 남자]로 첫인상을 남긴 이후로 [부자의 탄생]의 부태희를 거쳐 현재까지 매번 발전하는 모습을 응원합니다.
전작들이 있긴 해도 이시영 씨가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건 아마 KBS <꽃보다 남자>일 거예요. 금잔디(구혜선)의 유일한 친구였으나 구준표(이민호)를 짝사랑하는 바람에 결국 잔디를 함정에 빠트리는 얄미운 오민지 역으로 나왔었죠. 그때가 2009년, 웨딩 버라이어티 MBC <우리 결혼했어요> 출연 당시의 이미지도 별로 좋은 편은 아니었던지라 어쩌면 비호감 상태의 출발이었는지도 몰라요. 그러나 불과 이삼년 사이 이시영 씨는 놀랍게 달라졌고 무섭게 성장했습니다. 이듬 해 KBS <부자의 탄생>의 부태희 역으로 모처럼의 주목을 받았지만, 그 후 주인공 역할에 집착하지 않고 비중이 많든 적든 최선을 다해온 자세가 무엇보다 마음에 들어요. <난폭한 로맨스>에서 은재가 박무열 안티 카페 회원들을 회유해 구명 운동에 나서게 만들었듯이 이시영 씨도 자신의 안티를 극복한 근성을 보여준 것 같아요. 지금 연기력 논란으로 마음 고생하는 배우들도 지금이 그런 고난의 시간이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정말 재능이 없는 게 아니라면, 지금의 여론도 언젠가는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을테니까요. 그리고 내친 김에 이 자리를 빌려 부끄러운 고백을 해야 되겠네요. 예전에 건담 피규어를 모으는, 복싱을 즐기는 이시영 씨의 취향을 혹시 콘셉트가 아닐까 하며 삐딱하니 바라봤어요. 진심으로 사과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