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위기에 빠진 스페인과 카탈루냐의 선택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 '재정자치 원해..중앙 이전 재원규모 줄일 것'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카탈루냐는 올해 스페인으로부터 더 많은 자치와 다른 지역에 대한 지원 규모를 줄이는 새로운 경제적 거래를 요구할 것입니다. 스페인 중앙정부가 거부한다면 카탈루냐와 스페인의 분리 압력이 증가할 것입니다." 지난해 5월 취임한 스페인 카탈루냐의 아르투르 마스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주지사)은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카탈루냐는 지속적으로 영국에 독립을 요구하고 있는 스코틀랜드의 상황과 비슷하다. 스코틀랜드와 카탈루냐는 18세기 초 비슷한 시기에 독립을 잃었다는 공통적인 역사도 갖고 있다. 카탈루냐의 주도인 바르셀로나는 19세기 말 스페인 전역을 휩쓴 사회주의 및 무정부 운동의 중심 지역이었다. 1930년대 초반 카탈루냐는 일시적으로 자치권을 획득했으나 1939년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가 바르셀로나를 점령하면서 자치권을 잃었고 1975년까지 프랑코 독재정권 치하에서는 스페인에서 분리독립을 원하는 또 하나의 주, 바스크주와 함께 혹독한 탄압을 받았다. 현재 카탈루냐는 독자적인 사법권을 부여받고, 이민 문제를 독자 관할하고 있으며 스페인어와 함께 독자적인 카탈루냐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등 폭넓은 자치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카탈루냐인들의 분리독립에 대한 열망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카탈루냐는 스페인의 17개 주(州) 가운데 마드리드 다음으로 두 번째로 부유하다. 카탈루냐의 연간 GDP는 2000억유로 수준으로 스페인 전체 GDP의 5분의 1을 차지한다. 이중 매년 170억유로 가량을 중앙 정부에 이전하고 중앙정부는 국방 등 공공서비스와 다른 가난한 주를 돕기 위한 재원으로 활용한다. 부채위기에 빠진 스페인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결코 카탈루냐의 분리독립을 허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총선을 통해 지난해 12월 출범한 마리아노 라호이 내각은 스페인 지방정부에 대한 고삐를 죄려하고 있다. 라호이 내각은 지방정부가 스페인 전체 공공 적자를 확대하고 유럽연합(EU)과 합의한 재정적자 목표를 달성하는데 실패하는 주범으로 지방정부를 꼽고 있다. 마스는 "카탈루냐 GDP의 8~9%에 해당하는 금액을 다른 주에 지원해주고 있다"며 "지금 지원 규모를 더 이상 이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그는 카탈루냐가 세금에 대해 더 많은 책임을 갖고 중앙정부에 이전하는 재정 규모를 절반으로 줄이려는 재정 협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지난해 취임 후 가장 먼저 취한 것이 엄격한 재정조치였다고 주장했다. 마스는 스페인이 카탈루냐를 돕는다면 카달루냐 사회도 스페인에 속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겠지만 스페인 정부가 카탈루냐를 존중하고 지원하는 것을 거부한다면 카탈루냐에는 스스로의 국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한 지역 여론조사에서는 카탈루냐 주민의 43%가 독립에 찬성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반대 의견은 28.2%였고, 23.3%는 기권하겠다고 답했다. 카탈루냐 내에서도 독립에 대한 찬반 의견이 나뉘어져 있는 것이다. 마스는 카탈루냐 사람들이 독립을 지원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들로 양분돼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독립은 단기적으로 달성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대신 카탈루냐의 재정 부담을 낮추는 새로운 재정 협약에 대해서는 모두가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코틀랜드처럼 현재 카달루냐가 처한 상황과 완벽한 독립 사이의 중간 형태를 원한다고 말했다. 마스는 단기적 목표는 재정 자치라며 장기적으로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마스는 지난해 5월 프랑코 사후 23년간 카탈루냐를 이끌었던 조르디 푸욜의 뒤를 이어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에 취임했다. 6개월의 시차를 두고 스페인 중앙정부도 총선을 통해 새로이 라호이 내각을 맞이했다. 지난해 동시에 지도자를 교체한 스페인 중앙정부와 카탈루냐 주정부가 향후 어떤 관계를 써나갈지 주목된다. 박병희 기자 nu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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