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터치하면 질병 유무 검사 끝?'

카이스트 생명공학과 박현규 교수

[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앞으로는 병원에 가지 않고도 스마트폰으로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카이스트는 16일 생명화학공학과 박현규 교수 연구팀이 스마트폰 등 휴대기기에 널리 이용되는 정전기방식의 터치스크린을 이용해 생체분자를 검출하는 원천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정전기 방식의 터치스크린은 손가락 접촉으로 발생하는 정전용량 변화를 감지해 작동한다. 정전용량은 전하를 움직이게 만드는 전기적 성질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손가락처럼 전기가 통하는 물체가 터치스크린 표면에 닿으면 전하가 접촉한 자리로 끌려오며 프로그램을 작동시키는 등 동작을 수행한다. 박 교수 연구팀은 생체분자도 자체의 정전용량을 갖고 있으며, 농도에 따라 정전용량의 변화를 보인다는 데 착안했다. 대표적 생체분자인 DNA시료를 터치스크린 위에 떨어뜨리고 정전용량 변화량을 재 보자 DNA 유무나 농도가 정확하게 검출된 것. 세포나 단백질, 핵신 등 대부분의 생체분자도 이같은 방식으로 검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지금까지 단백질이나 DNA같은 것을 분석하려면 고가의 검출장비와 숙련 인력이 필요했지만, 터치스크린을 이용하면 분석 칩이나 기기 없이도 생체분자의 존재나 농도를 알 수 있다"며 "이런 개념을 만들어내고 접근한 것은 세계 최초"라고 강조했다. 향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처럼 터치스크린이 탑재된 모바일 기기를 갖고 다니면서 개인 휴대용 진단 장치로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향후 남아있는 숙제는 각 생체분자의 정전용량이 어떻게 다른지 밝혀내는 것이다. 지금까지 제시된 내용으로는 시료 속 생체분자의 유무나 농도만을 알 수 있을 뿐, 시료 속에 어떤 생체분자가 들어있는 것인지 구분해낼 수 없다. 박 교수는 "(정전용량에 따라) 특정 단백질이 해당 위치로 모이도록 하는 물질을 터치스크린에 도포할 것"이라며 "A라는 위체에 간암 표지자가 모이고 B라는 위치에 위궤양 표지자가 모이도록 설정한 뒤, 시료를 떨어뜨리고 터치스크린의 반응을 보면 간암에 걸렸는지 위궤양에 걸렸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문 제 1저자인 원병연 연구조교수는 "특정 생체분자를 선택적으로 검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가까운 시일 내 상용화에 주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화학분야 권위지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 1월호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김수진 기자 sj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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