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 경제 '가마우지' 신세 면하려면

1980년대 말 일본 경제평론가 고무로 나오키는 한국 경제를 '가마우지' 신세에 비유했다. 당시 한국은 3저(저금리ㆍ저유가ㆍ저달러)에 힘입어 대미(對美) 수출 호조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그 수출품 제조에 들어간 핵심 부품은 대부분 일본산이었다. 가마우지란 새는 갈고리처럼 긴 부리로 물속 고기를 잡는데 낚시꾼이 미리 목에 매어놓은 끈을 당겨 삼키지 못하게 한 뒤 가로채고 만다. 열심히 물건을 만들어 수출한 한국은 입맛만 다실 뿐 실익은 일본이 챙긴다는 지적이었다. 한국 경제의 가마우지 신세는 부품소재 산업이 낙후돼 있어서다. 주요 부품소재를 일본에서 들여오므로 수출이 늘어난 만큼 수입도 증가한다. 세계 아홉 번째로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한 나라의 아킬레스건이다. 지난해 이 약점이 개선되는 청신호가 보였다. 부품소재 부문 대일(對日) 무역적자가 227억달러로 전년보다 15억7000만달러 줄었다. 2001년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대일 수입의존도도 23.5%로 전년보다 1.7%포인트 낮아졌다. 10년 전 대비 4.6%포인트 하락했다. 부품소재 산업계의 경쟁력 강화 노력이 결실을 보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3월 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반사이익을 누린 점도 있다. 실제로 대지진 이후 대일 수입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됐다.  지난해 부품소재 부문 전체 수출도 2562억달러로 사상 최대이고, 876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자동차 엔진 부품 등 수송기계 부품 수출 증가율이 24%(수출액 264억7000만달러)로 높다.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자 관련 부품소재 산업이 덕을 보는 경우로 대ㆍ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의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부품소재 산업은 반짝 투자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업계의 지속적 투자와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여전히 높은 대일 의존도는 극복 과제다. 대일 적자가 줄어든 가운데 대중(對中) 흑자폭은 감소한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그만큼 중국의 부품소재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기 때문이다. 완제품은 만들지 않고 변속기나 프리휠, 브레이크 등 자전거 부품만으로 자전거 마니아들을 붙잡아 세계 자전거 부품 시장의 80%를 장악한 일본 시마노 같은 명품 부품소재 기업이 한국에도 등장할 날을 기다린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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