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중국과 미국이 동북아 외교전을 놓고 힘을 겨루고 있지만 대세가 미국으로 기울고 있는 모양새다. 중국이 주변 각국과 치열한 외교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하나같이 해결하기 힘든 문제점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다음주메콩강 국가 정상회의 참석차 미얀먀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미얀마는 중국과 전통적으로 우호적인 나라다. 중국 총리의 미얀마 방문은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방문을 계기로 미얀마와 미국간 관계개선의 물꼬가 트인 후 이뤄진다는 점에서 미얀마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하지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 15일 보도를 통해 "중국측이 원총리 방중일정을 협의없이 공개한 네팔에 불쾌감을 표시하며 전체 일정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얀마를 둘러써가 양국간 힘겨루기가 본격화 되고 있지만 미얀마가 미국에 치우치는 행동에 기분이 나쁘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얀마의 오랜 군부 통치기간 후원자 역할을 했으며 에너지를 비롯한 각종 자원 개발, 사회간접 자본 건설 등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미국이 아시아 중시전략에 따라 미얀마의 개방과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데 맞서 중국이 기존의 영향력과 관계를 유지하려고 다각적인 외교적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전략에 차질을 생긴 셈이다.
필리핀·베트남과는 남중국해 영유권과 자원 개발을 둘러싸고 무력 충돌 우려가 나올 정도로 긴장이 지속되고 있다. 필리핀은 지난 14일 남중국해상의 해군 순찰 강화 활동을 위해 미국으로부터 도입한 해밀턴급 쾌속정 진수식을 갖기도 했다. 베트남은 인도·일본 등과 연계해 중국의 남하를 견제하고 있다. 중국은 인도와도 사이가 벌어지고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 항공모함 등 전략 무기 분야에서 치열한 군비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과는 댜오위다오(釣漁島·일본명 센카쿠열도) 영유권을 둘러싼 갈등이 여전하다.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해 중국에 의존해온 미얀마도 지난 9월 중국과 공동으로 건설 중이던 사업비 36억달러 규모의 미트소네댐 공사를 중지시켰다. 새로 출범한 민간 정부는 이달 초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을 초청하면서 중국과 일정한 거리 두기에 나서고 있다.중국과 미국은 국가기밀정보 누설혐의로 중형을 선고받고 항소한 중국계 미국인 지질학자인 쉐펑(薛峰.44) 사건이 미국과 중국의 외교전으로 비화하고 있다.쉐펑은 미국 콜로라도주에 본사를 둔 에너지컨설팅회사인 IHS사에 근무하면서 중국의 석유산업 관련 정보를 빼돌려 미국 기업에 넘기려 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지난 7월 베이징(北京) 제1중급인민법원에서 징역 8년과 벌금 20만 위안을 선고받고 항소한 바 있다.
쉐펑의 변호사인 퉁웨이는 아직 항소심 판결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라고 확인했다.중국 정부는 쉐펑이 수집한 지질학 정보에는 중국 국가기밀로 분류되는 3만2000개의 유전과 가스전에 대한 정보가 포함돼 있으며 이를 무단으로 미국기업에 전하려 했다는 점에서 중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쉐펑 측에서는 관련 내용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정보라며 맞서고 있다.미 정부측은 특히 자국 시민권자인 쉐펑이 2007년 11월 체포돼 조사받는 과정에서 재떨이로 머리를 맞는 등의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으며 중국 당국이 국가기밀법에 지나치게 넓게 해석해 쉐펑에게 간첩혐의를 뒤집어 씌운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갖고 있다.중국 태생인 쉐펑은 시카고 대학으로 유학하고서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으나 아직 상당수의 가족과 친척은 중국에 거주중인 것으로 전해졌다.양낙규 기자 if@<ⓒ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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