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이 문사철 강조하는 까닭은?

[아시아경제 채지용 기자] 이제 경제만 잘 안다고 한국은행에 입사할 수 있는 시절은 지난듯하다. 한은이 전통적 인문학인 '문사철(文史哲, 문학과 역사, 철학)' 소양을 갖춘 전천후 인재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한은의 2012년 신입행원 필기시험에는 다소 의아한 논문형 문제가 출시됐다. '가족관ㆍ결혼관에서 세대 간의 가치가 차이가 나는 이유를 논하라.'이 같은 유형의 문제는 인문학적 사고를 묻는 것으로 경제학, 경영학, 회계학, 법학, 통계학 등 한은이 명시적으로 요구한 5대 전공의 학습내용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모두 52명이 합격한 1차 서류전형, 2차 필기시험, 3차 면접ㆍ신체검사 중 학술ㆍ논술로 구성된 400점짜리 필기시험은 수험생들이 가장 치열하게 경합한 과목이다. 선다형ㆍ분석형ㆍ서술형 방식으로 치러진 학술과 전공논술, 일반논술로 이뤄진 논술 점수는 각각 200점으로 가족관ㆍ결혼관에서의 세대 간 차이를 물은 이번 일반논술 배점은 100점이었다. 전체 필기시험의 25%를 차지해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일반논술 논제가 뜻밖이었다는 점에서 수험생들이 적잖이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전공 논제는 '외국자본 유입에 의한 환율 변화를 논하라'로 경제학 전공자들에게는 평이한 수준이었다.한은 입사시험에서 이 같이 인문학적 사고를 요하는 문제가 등장한 것은 '문사철'을 강조하는 김중수 총재의 소신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김 총재는 "한은의 목표와 기능이 물가ㆍ금융안정이라고 해서 세상 돌아가는 일에 '나 몰라라' 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자주 해왔다. 그는 최근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박원순 현상에 관심을 둬야 한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를 둘러싼 논란을 남의 일처럼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월가 시위에 대한 국내외 시각과 평가는 무엇인지"를 묻기도 했다.김 총재의 의도가 제대로 반영된 듯 이번 신입 행원 중에는 경제 관련 학문을 복수전공했지만 원래 전공이 영문ㆍ국문학인 합격자도 상당수에 달한다.채지용 기자 jiyongcha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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