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를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적어도 몇 차례의 연착과 고장 경험을 떠올린다. 빠르고 쾌적하다는 이유로 요금이 비싼 KTX마저 연착이 다반사고 자주 고장 나 승객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 바람에 비행기ㆍ고속버스 등 다른 교통수단과 요금ㆍ소요시간ㆍ서비스 등을 비교하게 된다. 이런 점을 생각하게 하는 세미나가 어제 교통연구원 주최로 열렸다. 공기업 코레일이 독점하는 철도 운영에 민간 업체를 참여시켜 경쟁 체제를 갖추도록 하자는 방안이 제시됐다. 철로 등 기반시설은 계속 국가기관이 맡고, 운송 서비스는 민간에 개방하자는 것이다. 교통연구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69.7%가 찬성했다. 이유로는 요금 인하 가능성, 쾌적성 향상, 서비스 개선, 안정성 향상의 순서로 꼽았다. 철도산업의 경쟁력을 높이자며 2004년 철도산업발전기본법이 만들어진 지 7년이 지났다. 이듬해 철도청이 철도시설공단과 코레일(철도공사)로 분리됐고, 프랑스에서 수입해 고속철도를 개통했던 우리나라는 이후 세계 4번째 고속철 제작기술 보유국이 됐다. 그럼에도 잦은 고장과 파업, 연평균 6300억원의 적자는 철도산업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철도운송 시장에 민간기업이 참여해 건전한 경쟁이 이뤄지면 운행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운임체계를 다양화하는 방식으로 서비스 차별화가 가능할 것이다. 역세권 개발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면 만성적 적자구조도 바꿀 수 있다. 이에 대해 코레일과 노조 측은 사업자가 여럿이면 중복투자를 부르며, 민간에서 수익성이 있는 노선에만 뛰어들고, 요금 또한 인하 가능성이 낮다며 반대하고 있다. 철도기본법은 이미 운송 시장에의 민간 참여 규정을 두고 있다. 몇몇 기업들이 참여 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철도산업은 독점구조 때문에 시장이 확대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철도교통 도입 이래 112년째 공기업 서비스만 받아온 우리 국민도 이제 시장경제원리가 작동하는 서비스를 받을 때가 되었다. 철도와 성격이 비슷한 네트워크 산업인 통신은 민간과 경쟁하면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수도권고속철도(수서~평택)와 호남고속철도가 개통되는 2015년에 맞춰 단계적으로 민간을 참여시키는 방법으로 철도운송 시장에도 경쟁체제를 도입하자. 철도산업에 변화를 줄 시점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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