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는 재앙에 주민들은 ‘분노’만 남아…피해보상 지지부진에 생활고까지 4명 자살
기름유출사고 때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기름때를 지우기 위해 서해안을 찾았다. 4년이 지난 지금, 주민들은 아직도 기름과 싸우고 있다.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1997년 12월7일. 충남 태안군 앞바다에서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삼성1호가 기름유출사고를 낸 지 4년이 되는 날이다.사고가 난 뒤 수많은 이들의 봉사활동으로 기름바다는 모두 걷혔지만 아직까지 주민들 마음속의 기름은 걷히지 않았다.서해안 살리기로 진행되던 몇몇 공연행사들을 빼면 관광객은 예전만 못잖다. 태안군 만리포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영순(가명)씨는 “사고 나기 전엔 평일 매출이 10만원은 거뜬했는데 지금은 관광객이 없어서 모두들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그나마 이렇게라도 가게를 열고 장사하는 사람들은 행복한 것일지도 모른다. 봄이 오면 막내아들 결혼식을 올려주겠다고 한 약속을 뒤로 한 채 먼저 간 이영권씨, 허리와 무릎이 아픈 아내의 약값조차 마련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간 김용진씨, 20년간 운영해온 수산물가게를 닫으며 분노의 외침을 남긴 채 산화한 지창환씨... 많은 분들이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끊었다.
기름은 바닷가 생태계도 파괴했다. 기름때로 갯가재 수천마리가 죽어 있다.
다시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빠르고도 원만한 배상을 촉구하며 스스로 목을 맨 이도 있었다. 하지만 배상은 아직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생활고까지 겪는 주민들이 하나 둘 고향을 떠나고 있다. 4년이란 그 긴 시간 동안 정부는 피해지역과 주민들을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구호팀에 접수된 피해건수는 전국적으로 12만7153건에 이른다. 피해가 가장 컸던 충남지역 신고건수는 7만3255건이다. 충남 주민들은 IOPC(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측에 7만2872건의 피해배상을 요구했으나 지난달 현재 IOPC는 4만5524건만 사정작업을 벌여 이 중 2만783건만 배상책임을 인정, 1만4781건(391억6100만원)만 배상금을 줬다. 국제기금의 까다로운 규정 때문에 피해주민들에 대한 보상이 지지부진하자 주민들이 집단행동을 시작했다.기름유출사고의 피해지역인 충남, 전북, 전남지역 10개 시·군 연합체인 서해안유류피해민연합회(회장 국응복)에서 지난 10월24일 서울 서초구 삼성 본관 앞에서 허베이스피리트호 삼성기름유출사고 서해안유류피해민 삼성·대정부 총궐기대회 출정식을 가졌다.
지금의 만리포해수욕장 모습. 기름때는 찾아볼 수 없다.
출정식엔 ▲피해지역 10개 시·군 자치단체장 및 의회의장단 ▲10개 시·군 유류피해대책위원장과 사무국장 ▲피해주민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위원장들과 사무국장, 일부 자치단체장들이 집단삭발식도 가졌다. 6일엔 충남도의원들이 삼성의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기름유출사고가 나온 지 4년, 수많은 이들이 서해안의 기름때를 지워냈지만 서해안은 아직도 기름과 전쟁 중이다.이영철 기자 panpanyz@<ⓒ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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