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어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주최로 열린 국제심포지엄에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에 관한 입법 의지를 다시 한번 내비쳤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법 제정을 추진 중"이며 이를 통해 "금융회사 임원의 보수와 자격에 대한 규제 장치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상 구체적인 내용과 추진 일정은 밝히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낸다.진동수 전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초 법 제정 방침을 처음으로 공언한 뒤로 거의 2년이 다 되어 간다. 그럼에도 금융위는 본격적인 입법 절차에 들어가기는커녕 법안도 내놓지 못한 상태다. 그 사이 국내에서는 저축은행 사태, 해외에서는 유럽 재정위기 발생과 금융권 전이 등으로 금융산업의 체질 강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과제로 부각됐다. 게다가 가계부채 증가와 전반적인 경기 부진으로 금융권의 위기대응 능력 제고가 시급한 형편이다.그러나 금융위의 동정을 살피건대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법안의 연내 국회 제출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지난해에는 신한금융지주 경영권 분쟁 사태에 따라 최고경영자(CEO) 리스크 대응장치가 추가로 필요해졌다는 이유 등으로 입법이 연기됐다. 올해에는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와 금융감독체계 개편 작업을 한다는 이유로 입법이 지연돼 왔다. 소를 잃고 나서야 외양간을 고치려는가.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은행의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에 대한 중립적 견제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경영진의 독주가 과도한 리스크 부담, 고배당, 성과급 잔치와 같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특히 주요 은행들은 지주회사 회장의 독단적인 경영으로 인한 리스크가 크다. 저축은행 사태에서는 대주주의 배임과 회삿돈 횡령, 경영진의 회계분식 등 범죄행위가 일상적으로 저질러졌음이 드러났다. 정권 말기에 접어들면서 금융당국 고위 관리와 금융회사 경영자들 사이에 자리 다툼, 낙하산 줄대기, 눈치 보기가 시작됐다는 얘기도 들린다.금융권의 이런 구태의연한 작태를 뿌리뽑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바로 지배구조를 개선해 내적ㆍ외적 통제 수위를 높이는 것이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금융시장 확대 개방까지 눈앞에 둔 상황이어서 더 미적거릴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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