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농구공만 보면 정일우가 생각나요. 4년 전 MBC <거침없이 하이킥>에서는 농구장에서 서민정 선생님한테 “삼촌이랑 사귀지 마세요”라고 고백하더니, 이번에는 농구하고 있는 양은비(이청아) 선생님의 허리를 끌어안고는 “팔뚝은 튼실한데 허리는 완전 여자네요?”라는 농담하는 거 있죠? 그래서 수줍은 윤호와 능글맞은 차치수 중에서 누가 더 좋냐, 이게 고민이냐고요? 아뇨, 진짜 문제는 정일우가 연기하는 인물은 늘 유치하고 손발 오그라드는 캐릭터였다는 거죠. <꽃미남 라면가게>만 해도 그래요. 툭하면 자신을 “촤~”라고 부르질 않나, 모든 여자한테 “오늘, 예쁘네?”라는 작업멘트를 날리지 않나. 그런데 왜! 제 눈에는 반짝반짝 거릴까요? 그동안 제가 용서할 수 있는 인터넷소설 남자주인공 스타일은 영화 <늑대의 유혹>의 강동원 밖에 없었단 말이에요. (서교동에서 양 모양)
까불까불, 능글능글, 버럭버럭, 바득바득, 칭얼칭얼. 세상에 이런 열매가 있었다면 모조리 차치수의 몫이었을 거예요. 아빠 앞에서는 툭하면 어리광 부리고 철부지 아들이 밖에 나와봐요, 아주 혼자 뮤직비디오를 찍고 있어요. 환자의 신분을 망각하고 아무것도 아니에요. 단무지 좀 서빙했다고 세상의 모든 짐을 다 짊어진 것처럼 힘든 표정으로 하늘을 쳐다보고 있어요. 여자 앞에서는 더 가관입니다. , ,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다가 갑자기 여자가 울어버리면 “마음같은 거, 세상에서 제일 쉬운거야”라는 수족수축 멘트를 날리죠. <꽃미남 라면가게>뿐인 줄 아세요? 영화 <내사랑>의 착한 지우선배도 마찬가지입니다. 안 그렇게 생겼는데 휴대폰 배경화면에 옛날 여자 친구 사진과 함께 “넌 문신처럼 내게 물들어 지워지지 않는다”는 참을 수 없는 문구까지 써놨습니다. 환자분 말씀처럼 누가 봐도 인터넷소설 남자주인공이죠. 현실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구석이 하나도 없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굳이 오그라든 손발을 펴면서까지 정일우가 나온 작품을 끝까지 보는 걸까요?
간단해요. 그건 바로 정일우이기 때문입니다. 지식이 좀 부족해도 귀여운 윤호, 조금 서툴지만 자상한 지우, 의외로 속 깊은 스케줄러(SBS <49일>)에게서 실제 정일우의 을 발견하기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차치수는 로 자신과 닮은 캐릭터라고 인정했어요. 단순히 배우가 캐릭터에 빙의된 것을 넘어, 이 정도면 물아일체의 수준인 거죠.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올 수밖에 없어요. ‘도저히 못 봐주겠다, 채널 돌리자’가 아니라 ‘어라? 희한하게 어색하지 않네, 심지어 볼수록 귀엽잖아’라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다들 멋있는 캐릭터가 아니라 그런 ‘척’하는 게 뻔히 보이는 캐릭터라는 점이에요. 양은비한테 진지하게 고백하는 것처럼 보이더니 갑자기 라는 음악이 나오고, 그렇게 여자한테 복수하는가 싶더니 결국 양은비가 준 에 으앙- 울어버리죠. 오픈카에 누워 우수에 찬 눈빛으로 석양 좀 바라보고 있으면 주차요원이 와서 차 안 빼면 딱지 뗀다며 분위기를 확 깨버리죠. 자기 딴에는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보는 사람한테는 그저 귀여운 연하남일 뿐이에요. 심지어 작품 촬영할 땐 을 하니, 배우와 캐릭터가 헷갈릴 수밖에요. TV 속 이 남자가 정일우인지 차치수인지,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대상이 정일우인지 차치수인지 정신을 못 차리는 순간이 옵니다. 이번만큼은 이성의 끈을 놓지 않으리라 굳게 마음먹어도 소용없는 거죠. 이제 아시겠어요? 마음 같은 거, 세상에서 제일 쉬운 겁니다. <hr/>앓포인트: 정일우의 [간디작살 심리테스트] 패션스타일로 알아보는 자존심 테스트 패션 필수아이템으로 선글라스를 선택한 당신, 쪽팔리는 걸 매우 싫어하는 타입이시군요. 사람이 창피하거나 민망한 일을 당했을 때 가장 먼저 가리는 것이 바로 눈이죠. 천하의 차치수가 고시생과 생선이 수두룩한 , 천하의 차치수가 콩알만한 교생한테 했고, 그것도 모자라 천하의 차치수가 자기 집 화장실만한 하고 있습니다. 그 때마다 당신이 선글라스를 착용했다는 사실을 미루어 봤을 때, 일련의 사건들이 당신에게는 자랑거리가 아닌 조롱거리였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취미유형으로 알아보는 사회성 테스트학창시절 취미로 싸이월드와 하두리캠을 선택한 당신, 자신의 일상을 친구들과 공유하고 싶은 욕심이 넘치셨군요. 혹시라도 아는 여동생들이 자신의 미니홈피를 못 찾을까봐 대문에 라는 문구를 썼고, 혹시라도 최근 자신의 업그레이드 된 얼굴을 못 본 지인들을 위해 하두리캠으로 찍은 셀카들을 올렸습니다. 무언가에 빠지면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하는 외골수인 당신, 여기서 멈추지 않고 혹시라도 나의 건전한 취미생활을 허세로 오해할까봐 “난 원래 착해요, 싸가지 없는 척 하는 거지”라는 스티커를 직접 구매해 미니홈피를 장식했습니다. 아련한 글귀와 간지나는 셀카로 점철된 당신의 싸이월드, 마 돈나 멋져!사자성어로 알아보는 연애스타일 테스트이별메시지로 를 선택한 당신, 갑작스런 이별통보에 상처받을 여자 친구에게 유예기간을 주고 싶으신 거군요. 그렇다면 이미 성공하셨습니다. ‘회자정리’가 아닌 ‘혜자존니’라고 들은 여자 친구는 이 회자정리의 뜻을 알려줄 때까지 당신과 여전히 연애중이라 믿고 있을 테니까요. 나중에 여자 친구가 회자정리의 뜻을 알고 술 취해 전화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수화기에 대고 이렇게 말하겠죠.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10 아시아 글. 이가온 thirteen@<ⓒ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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