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10.26]경제계, 개인적으론 ‘희망’, 조직으론 “지켜봐야···”

[아시아경제 산업부 기자, 금융부, 증권부]지난 26일 서울시장 선거에서 시민운동가 박원순 후보가 당선되자 샐러리맨들은 박 시장이 서민경제에 '희망' 바람을 불어넣어주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분배와 복지에 초점을 맞춘 박 시장의 성향을 의식한 듯, 일부에서는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정책 시행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대기업 중역으로 재직중인 김 모 상무(48)는 "정치적으로 한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시대 변화의 변곡점이 될 것 같다"며 "박 시장의 시민단체 경험이 행정과 어떤 시너지를 낼지 기대된다"고 말했다.퇴근길에 박 당선자에 한 표를 던졌다는 코스닥 상장사 팀장 박 모씨(38)도 "한국 정치사의 한 획을 긋는 사건이라고 본다"며 "지금까지 정당 소속에서 탈당해 무소속으로 당선된 후보는 많지만 완전 무소속 후보가 야권 통합후보로 나와서 거대여당을 누르고 당선된 것은 한국 정치사의 대변혁의 신호탄이고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평가하고 싶다"고 했다.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도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의 승리라고 생각한다. 원래 정치에 관심이 없었는데 박원순 같은 신선한 사람이 등장하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며 "막판에는 토론회에서 좀 밀리는 모습이었는데 그런 모습을 보며 더 뽑아줘야겠다는 일종의 측은지심도 들었다"고 전했다.박 시장을 지지한 사람들은 그의 신선함에 반하기도 했지만 맞벌이 부부 등 대부분인 젊은 층들은 박 후보가 제시한 복지정책에 높은 점수를 줬다.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5년차 직장인 김모씨(31)는 "오세훈 전 시장의 무리한 사업 추진과 무상급식 반대 투쟁 등에 실망했다”며 “'복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진 서울 시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결혼을 앞둔 상황이라 더욱 간절했다"고 말했다.모바일게임 개발사 게임빌에 근무하는 프로그래머 성모 씨(32)는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의 교육을 고민하고 있어 교육부문에 좋은 정책을 펼칠 후보를 선택했다"며 "서울이 교육 도시로 거듭났으면 한다"고 밝혔다.외국계 기업도 이번 선거를 유심히 관찰했다. 한국 사회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외국계 기업 한국지사 최고 경영자(CEO)는 지난 26일 선거결과를 지켜본 후 "한국사회의 역동적인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 같아 매우 흥미롭다"고 소감을 전했다.그는 "젊은층, 새로운 것을 원하는 세대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는 분위기가 산업계에도 밀려들면 시장 또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면서 "이는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글로벌 기업 경영자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과거에는 기업 구성원들이 자사의 이해관계에 걸맞는 후보를 찍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합의 분위기가 있었다. 아직 일부 대기업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남아 있지만 상당수의 기업이 개인의 목소리를 더 중요시 여기며 '소신 투표'를 해 주목 받았다.제조업체 대기업에 근무하는 최 모 과장(40)은 "투표권이 있는 간부 중 아침 일찍 투표를 하고 온 사람이 많았는데, 누구를 찍었는지 쉬쉬했다”며 “회사 분위기와 반하는 투표를 해 역적으로 몰릴까봐 눈치가 보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그러나 그는 “평직원들의 경우 스스럼 없이 누구에게 투표를 했다고 이야기를 하더라"며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직원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다른 대기업 차장 박 모씨(43)도 "과거와는 다르게 이번 선거에서는 누구를 찍겠다던가 하는 의견을 망설임 없이 말하는 직원들이 많았다"며 "불과 수 년만에 이렇게 직장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라고 전했다.차장 및 과장급 이하 직원들은 박 당선자에 대해 만족해 하는 반면 임원들은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이 강했다.대기업 고위 임원 박 모 전무(51)는 "회사 경영을 맡는 고위 임원들은 아무래도 회사의 이해관계를 염두에 둬야 하지 않겠느냐"며 "기업과 반하는 정책을 표방하는 박 시장의 이미지가 어떻게 개선될 지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금융공기관 관계자들도 말을 아꼈다. 한 금융 공기업 관계자는 "(박 시장이) 향후 어떤 영향력을 미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며 "정부의 큰 정책에 좌우되는 금융 공기업들에게는 큰 영향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박 시장이 사외이사를 맡았던 업체들도 입장 표명을 자제했다. 관련 기업 관계자는 "다들 특별한 언급이 없다. 쉬쉬하고 조심하는 분위기다"고 전했고, 또 다른 기업 관계자도 "박 당선자가 우리 회사의 사외이사를 지냈다는 인연으로 당선을 내심 환영하는 듯 비쳐질 수 있어 이에 대한 언급을 더욱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한편, 재계 관계자들은 박 당선자가 서울 시장직을 수행하면서 기업을 바라보는 관점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대기업 김 모 부사장(51)은 "서울시장은 어느 한 사람의 개인적인 자아실현의 장이 아니라 공공성을 우선해야 한다"며 "눈 앞의 이익과 자신들의 지지 세력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모든 이들을 아우를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리는 시장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산업부 기자 금융부 증권부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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